정기보수 아닌 시황 악화로 감산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초강수
노조, 시설 노후화 심각 개선 요구
인천시, 내용공유 상황 예의 주시

인천지역 최대 제조 사업장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내 철근 공장 전체를 4월 한 달 동안 전면 셧다운한다.
현대제철 창사 이래 철근 공장 생산라인 전체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인천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철근(봉형강) 시장 침체가 장기화해 4월 한 달간 인천 철근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현대제철은 “단순한 정기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로 인한 감산 조치”라며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정상화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에는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형강과 철근을 생산하는 공장이 2동씩 운영되고 있다. 최근 시황 악화로 정기보수 일정을 늘리거나 특별보수를 진행하며 사실상 봉형강 생산량을 줄여왔다. 현대제철의 이번 조치는 봉형강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봉형강은 건설, 기계, 자동차, 조선, 에너지 플랜트 산업 등에 두루 쓰이는 기초 철강 소재로, 현대제철 철근 공장이 생산하는 봉형강은 주로 건설현장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봉형강 수요가 급감한 데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공장을 멈추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봉형강은 1t당 70만~75만원에 판매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데, 현재는 1t당 60만원 후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철강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봉형강 원자재인 고철 가격이 상승한 것도 공장 가동 중단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해외에서 수입한 고철을 녹여 봉형강을 생산하는 구조로, 고철값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1천300여 명이며, 이 중 600여 명이 철근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철근 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 없이는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 철근 공장은 40년 넘은 설비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쟁 업체보다 생산량은 적은데 생산 원가는 높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가격 경쟁력이 다른 업체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철강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사측은 인천 철근 공장 설비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신규 시설에 대한 투자계획 없이는 인천공장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사측에서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시는 현대제철과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주엽·한달수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