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생산물량 85% 美 수출, 타격커
자동차 업계, 가격 경쟁력 하락 우려
글로벌GM ‘철수설 언급’ 긴장 고조

미국이 내달 3일부터 수입 완성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하지만 미국에 대부분의 물량을 수출하는 한국지엠은 별도 자구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관세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제철소 등 현지 공장 신설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차량보다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인천과 경남 창원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지엠은 전체 생산물량 가운데 85%가량을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통상환경 변화로 크게 타격을 받는 구조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생산한 쉐보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한국지엠의 본사 격인 글로벌GM은 관세 등 통상정책 변화로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공장을 이전할 수 있다며 사실상 한국지엠 ‘철수설’을 언급,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폴 제이콥슨 GM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바클레이스 콘퍼런스에서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정책이 영구화하면 GM은 공장 이전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 또한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8년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위해 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측이 관세 부과 정책과 관련해 차량 생산 물량 감소 계획을 전달하거나 별도 협의 계획을 내놓진 않았다”며 “한국지엠이 대내외 무역환경 변화에 대비해 내수 확대, 수입 시장 다변화에 나서도록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는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하고자 현지 제철소 건립 등에 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현대차·기아 현지 공장은 미국에서 차량용 철강을 공급해 관세 부담을 덜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