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대안교육 병행… 도내 5곳

올 이미 정원 마감·신청자 초과

입소 대기 부모들, 생업 중단도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선우(가명) 군은 지난해 4월 반복된 자살 시도로 학교로부터 ‘고위기 학생’으로 진단됐다. 학교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인 이 군의 부모로부터 동의를 받아 용인에 위치한 ‘병원형 위(Wee)센터’에 입소를 추진했다. 병원형 위센터는 학교 대신 이군 같은 위기학생을 전문적 치료와 대안교육을 병행해 지원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최소 두세달 기다려야 한다고 답변받으며 당장의 입소를 거부당했다. 위기 증상이 심각해지며 학교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해진 이군에 대해 결국 부모는 생업까지 중단하고 이군의 보호에만 집중했다. 학교와 부모 모두 매일 노심초사하다 대기를 신청한 지 두 달 반만인 같은해 6월 그는 병원형 위센터에 입소해 치료받을 수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병원형 위센터가 늘어가는 고위험 학생의 높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2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운영 중인 병원형 위센터는 총 5곳이다.

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출범한 병원형 위센터는 지난 2019년 부천·성남·용인·의정부에 처음 개소했다. 이후 6년이 지난 올해 3월 안산에 여학생 전용 시설을 추가로 열었다.

병원형 위센터는 학생 심리 위기 대응을 위해 운영하는 도교육청의 위 프로젝트 중 가장 최상위인 3차 안전망에 속한다. 자살 위험에 가장 가까운 학생들을 학교가 감당할 수 없을 경우 각종 상담과 심층 면접, 부모 동의 등을 거쳐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엄격한 절차에도 최근 위기학생이 급증하며 병원형 위센터 정원(20~25명) 이상의 대기자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병원형 위센터에 입소한 학생들이 실제 위기행동에서 많이 벗어나는 효과를 보이고 학업도 중단되지 않아 학교와 부모 모두 요구가 크다”면서도 “학생의 개선 의지가 높지만, 시설이 받아주지 못하는 사례가 가장 안타깝다. 매년 3월이면 이미 정원이 마감되는데, 학생의 위기행동은 언제 극대화될지 예측 못 한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5개 시설에 문의한 결과, 일부는 이미 올해 정원이 마감됐거나 입소 신청을 진행 중인 곳은 정원의 2~3배 이상 신청서 및 문의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형 위센터는 대안교육이 가능해 고위기 학생들의 출석 인정 등 학업 중단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설 확대 요구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기준 5개 시설에 대한 예산은 총 16억원 정도이며 각 시설당 평균 3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투입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위기 사안이 높은 학생들도 매년 많아지고 만족도 역시 높게 나오다 보니, 확대해 달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며 “이번 안산에 추가 개소한 시설도 여학생의 위기 상황 발생 빈도가 더 높다는 점이 반영됐다. 추가 시설은 현장의 의견을 더 수렴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