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8일 재판관 임기종료 앞둬

韓 대행 재탄핵땐 6인 체제 ‘마비’

87년 헌법, 헌재 정치적 기능 간과

獨·日, 구성·임명·선출 방식 다양

국민 직접 결정 민주주의 더 적합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4월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 종료일이다. 그날까지 탄핵 심판이 선고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그 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수 성향의 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 구성이 바뀌게 된다. 그러나 야권은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등을 이유로 선제적으로 한 대행에 대해 재탄핵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6인 체제가 되고, 헌재는 다시 마비된다. 재판관 퇴임을 앞두고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자는 것이다.

왜 헌재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기 요소가 되었는가. 헌법의 수호자라는 헌재의 명분과 다른 서글픈 현실이다. 돌이켜 보면 1987년 헌법은 헌재의 정치적 기능을 간과했다. 당시 대부분 법학자는 헌재 설치를 찬성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헌법위원회나 대법원이 위헌법률을 심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재의 기능 중 위헌법률심사권에 집중했다. 당시 탄핵 심판과 정당해산권은 장식적 조항으로 여겼다. 대통령 직선제에 몰입되어, 헌재의 구성과 임명방식이 유신헌법과 유사했음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우리 헌재의 모델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에 의해 각각 선출된다. 2개의 재판부에 최소 각 3명의 재판관은 5개 연방 최고법원들의 법관 320명 중에서 선출한다. 16명의 재판관 중 10명이 법학 교수 출신이다. 일본의 최고재판소 15명의 재판관은 다양하게 선발되고 임명된다. 1970년대 이후 출신 분야별 배정은 판사 6명, 변호사 4명, 검찰관 2명, 행정관 1명, 외교관 1명, 대학교수 1명으로 되어 있다. 현재 한국의 헌재 재판관은 8인 모두 판사 출신(서울법대 7인, 부산법대 1인)이다.

그러나 독일도 1951년 연립정부와 야당의 대립으로 재판관을 2년이나 선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비상추천제도를 신설했다. 재판관의 임기종료 또는 조기퇴직 후 3개월 내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으면 다른 선출기관에서 선출할 수 있다. 신임 재판관의 임명이 2개월 이상 지체되는 경우 연방헌법재판소의 모든 재판관은 추천대상자의 명단을 제출할 수 있다. 그리고 과반수를 득표한 자 중에서 득표수에 따라 선출한다.

일본의 재판관은 임명 이후 최초 시행되는 중의원 총선거 시에 최고재판소 재판관 신임투표를 받고, 이후 10년마다 파면 투표를 받는다. 재판관이 퇴직하면 같은 출신 분야에서 후임이 선택되는 것이 관례다. 오스트리아처럼 헌법에 예비재판관 제도를 마련해둔 나라도 있다. 예비재판관은 재판관 공백이나 기피 사유 등이 발생했을 때 투입된다. 오스트리아 헌재는 재판관 14명에 예비재판관 6명으로 구성됐다.

우리 헌재의 재판관 미임명과 탄핵 심판의 장기화는 그 존재 의미에 대해 근원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법 권력으로 구성된 헌재가 정치적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에도 설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위헌적 법률을 제·개정하는 의회를 헌법에 기속시키고자 한 위헌법률심사권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동시에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권한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탄핵 심판 때문이었다. 독일의 헌재는 헌법해석에 있어서 헌법에 선행하고 헌법제정권자를 구속하는 초 실정법적 규범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자연법과 정의 관념이 헌법재판의 기준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 헌재의 현실은 정반대다. 재판관이 헌법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 권력에 의지하여 헌법을 왜곡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헌재가 어떠한 결론을 내리는가와 관계없이 그 위상은 추락했고, 개헌의 대상이 되었다. 위헌법률심사권을 남기고, 재판소원을 추가하여 역할을 제한하는 방안도 있다. 탄핵 심판과 정당해산에는 직접민주주의 도입이 시급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처럼 선출된 권력은 선출된 방식대로 투표로 탄핵하는 것이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막는 길이다. 총리와 장관 그리고 판·검사처럼 임명된 권력은 일종의 배심원제를 통해 파면해야 한다. 헌법수호를 위해서는 9명의 헌재 재판관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원칙에 더 적합하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