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이용량·운반비 등 원인 지목

저유소 서구 위치 주민들 납득 불가

구청 “강제 권한 없어 인하 유도”

지난 28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1천739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5.3.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8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1천739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5.3.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5년째 인천 중구 영종도에 거주 중인 40대 김모씨는 단 한 번도 영종도 내 주유소에서 차량 휘발유를 ‘가득’ 채워본 적이 없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다리로 연결된 섬이지만 인천 내륙보다 주요소 기름값이 비싸 김씨는 급할 때만 2만~3만원어치씩 소량 주유한다. 그는 “영종도 밖으로 나갈 일이 있을 때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워 오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지난 27일 기준 중구 영종도 내 주유소 15곳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천751.3원이다.

같은 날 중구 내륙 주유소 25곳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이보다 ℓ당 137.8원(7.9%)이나 낮은 1천613.5원이다.

중구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내륙 주유소(ℓ당 1천574원)와 휘발유가 가장 비싼 영종도 내 주유소(ℓ당 1천837원)의 가격 차이는 263원에 달한다. 준중형 승용차의 연료(50ℓ)를 가득 채운다고 가정할 때 영종도가 같은 중구에 속한 내륙보다 1만3천150원이나 비싼 셈이다.

같은 날 인천 전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천644.6원이다. 인천 10개 군·구 중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ℓ당 1천820.5원)을 빼면 중구(내륙·영종)의 평균 판매가가 1천669.8원으로 인천에서 가장 높다.

담당 구청은 영종도 기름값이 비싼 이유로 낮은 주유소 이용량과 운반비를 꼽았다. 중구 경제산업과 관계자는 “영종도 주유소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주민들이 전부 밖에서 기름을 넣어 이용객이 적고, 내륙보다 운반비가 2배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며 “주유소 가격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모범주유소 지정을 통해 쓰레기봉투 등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28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1739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5.3.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8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1739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5.3.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영종도 주민들은 내륙과 ℓ당 100원 이상의 휘발유 값 차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영종대교 통행료(인천공항영업소~북인천영업소)는 대형차 기준 왕복 1만1천300원이다. 한 차량이 보통 2만~2만4천ℓ의 연료를 운반하는데, ℓ당 100원 이상의 판매 가격 차이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또 4대 정유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는 모두 중구 인천항이나 서구 지역에 저유소가 있어 영종도까지의 운반 거리도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김요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영종도 주유소 기름값이 워낙 비싸 담합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정치권과 행정기관에서 권한이 없다는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정유사에 공급 원가를 알아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 영종도 주민들이 내륙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