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신인상’ 받은 포크 듀오 ‘산만한시선’

 

2000년생 건축학 동기인 서림·송재원

세상 사는 담담한 모습 ‘노래’로 공유

 

부평구문화재단·인천음악창작소

지역 뮤지션 음반제작 사업 지원 ‘성장’

 

“인천공연은 홍대와 다른 특유의 분위기

외국 느낌 나면 다시… 한국적인 음악 지향”

‘뜨거움에 데지 않게 혹 추워서 떨지 않게 나긋하게 들리는 물소리와 뽀얀 숨이 느껴지게 지금 내가 뱉는 말이 너로 기억될 말들이 또 가볍게 조금은 애틋하게 미지근한 물처럼’. -EP 수록곡 ‘미온’의 가사

지난해 10월 말 정식 데뷔 음반(EP)을 낸 젊은 포크 듀오 ‘산만한시선’의 EP 수록곡 ‘미온’의 가사다. 산만한시선의 음악이 어떤 온도를 가지는지 그 눈금을 표시하는 노랫말이자 노래라 할 수 있다.

산만한시선은 데뷔 음반을 낸 지 4개월 만인 지난 2월27일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신인상’을 수상하면서 결코 미지근하지 않은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대중음악상 측은 “차가운 현실에 제 몸의 온기를 나누며 기어이 미지근한 온도를 만들어 내는 착함이 곡마다 묻어 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지난 26일 서울 합정동의 한 작은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산만한시선을 만났다. 수상 소감을 묻자 이들은 “기분이 좋지만, (상에 대한) 무게감을 갖지 않으려고 빨리 잊자고 서로 얘기한다”고 했다.

산만한시선의 멤버 서림과 송재원은 2000년생 동갑내기이자 건축을 전공한 대학 동기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려 뭉친 이들은 현실적으로 ‘듀오’로는 다큐 제작이 어렵다는 걸 깨닫고 그들이 세상을 이야기하기 위해 공유했던 또 하나의 소재 ‘노래’로 방향을 선회했다. 서림이 말했다.

“생활에 가까이 있는 음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먼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요. 저희가 보거나 듣거나 느낀 걸로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또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곡 작업을 하다 외국 느낌이 나면 버리고 다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큐 같은 음악이 산만한시선의 지향점이라고 한다. 그룹명에서 이들의 색깔을 조금 더 살필 수 있다. 송재원은 말했다. “저희가 실제로 산만하기도 하고요. 그런 (산만한) 시선들이 계속 모이면, 그게 아카이빙이 되면 우리만의 시선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어 ‘산만한시선’이란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룹명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난도 우리의 아픔도 /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면 / 아 예쁠거야’(‘노래가 되면 예쁠거야’ 중에서)처럼 문학적인 노랫말을 느릿하고 담담하게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와 통기타 소리에서 한국 포크 명인들이 떠오른다. 산만한시선은 그들만의 ‘십계명’을 정했는데, 마지막 10번째는 ‘우리는 포크 그룹이며, 노선을 변경치 않기로 한다’이다.

서림은 “포크가 뭔지 점점 규정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은데, 포크가 뭔진 몰라도 포크인 척하는 게 뭔진 알 것 같다”며 “확실한 건 저희는 포크인 척 하는 그룹은 아니고 진짜 포크를 하는 그룹으로 쭉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 말 그대로 우리는 죽어도 포크”라고 했다.

산만한시선의 EP ‘산만한시선’은 부평구문화재단과 인천음악창작소의 ‘2024 지역 뮤지션 음반 제작 지원 사업’으로 완성했다. 인천음악창작소가 레코딩과 믹싱을 비롯한 음반 제작 전반을 지원했고, 부평구문화재단은 ‘뮤직 플로우 라이브 클럽’ 등 공연 활동과 뮤직비디오 제작을 지원했다. 덕분에 인천에서 공연 경험을 가졌고, 앞으로도 공연이 이어진다.

송재원이 말했다. “인천 재즈클럽 ‘버텀라인’에서 공연했는데, 인천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재미있었어요. 홍대 쪽에서 공연하면 젊은 친구들이 많아 놀면서 공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인천 공연은 마치 옛날 컨트리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나이 지긋한 관객분들이 ‘어디 한 번 보자’하는 것 같은 분위기랄까요. 진짜 포크의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었죠.”

산만한시선은 인천과 계속 인연을 이어갈 것 같다. 산만한시선은 자신들의 노래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곡으로 EP 수록곡 ‘생일기분’을 꼽았다. 감미로운 사랑 노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