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인프라 부족에 설립 당위성 주목
지역 인구 13만 육박, 의료 수요 폭증 전망
섬이라는 특수성 고려 병상 제한조치 풀고
보건소 내 24시간 시설 등 특례 연구 필요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우려하던 일이 기어코 벌어졌다. 외국인 임산부가 근처에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어 2시간을 헤매다 구급차에서 출산하게 된 것. 다행히 구급대원들 덕택에 아이의 건강은 양호했지만, 대한민국 관문 도시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자칫 국격까지 훼손될 수 있었다. 오죽하면 한 구급대원이 이번 일에 “자괴감이 든다”라고 했을까.
이번 사태의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결국 영종국제도시 응급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생긴 일이라고 본다. 실제로 공항 인근 10㎞ 이내에 상급 의료시설이 있는 런던·도쿄와 달리,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지역엔 종합병원이 없다. 제일 가까운 곳은 30㎞ 이상 떨어진 인하대 병원이다. 이마저도 영종·인천대교로 바다를 건너야 한다.
이같은 이유로 영종국제도시 종합병원 설립의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지역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종합병원 설립을 촉구했고, 중구의회도 관련 성명을 발표한 상황이다.
인천 중구 역시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24시간 문 여는 병원, 달빛어린이병원, 공공심야약국 등을 통해 의료안전망 보완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26년 7월 영종구 출범에 맞춰 기존 제2청사 건물을 활용해 보건소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한 게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영종지역에도 응급의료가 가능한 종합병원이 생겨야 한다.
인천시 또한 서울대병원 분원 유치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수도권 병상 증가 제한 조치와 더불어 의정(醫政) 갈등까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인천공항이 4단계 건설사업으로 연간 1억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됐고 영종지역 인구 역시 지속적인 도시개발로 13만 명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또 바이오 특화단지 조성 등이 본격화된다면 응급의료 수요는 더욱 폭증할 것이다. 향후 영종-신도 평화도로로 연결될 신·시·모도나 장봉도 등 인근 도서 지역 수요까지 계산해야 한다.
현재 의료 체계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게다가 최근 독감·홍역 등의 유행으로 감염병 대응 특수목적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또다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범정부적 차원에서 영종국제도시 종합병원 설립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섬이라는 특수성, 공항 소재지라는 점을 고려해 병상 제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 또, 대형 사고나 감염병 등 응급상황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특수목적병원이나 국립대 병원, 공공의료원 등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영종구와 같은 특수지역에 대해서는 보건소 내에 24시간 응급의료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하는 등 제도적 연구가 함께 이뤄질 필요도 있다. 미국의 긴급진료센터(Urgent Care)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특히 지자체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발전의 주체로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예컨대 공사 차원에서 종합병원을 설립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실효성 높은 대안을 찾고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정부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종합병원 유치의 걸림돌 중 하나가 비싼 지가인 만큼 LH 역시 입지를 희망하는 병원에 저렴한 가격으로 용지를 공급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헌법 제35조에서 정한 국가의 의무다. 따라서 정부를 비롯한 모든 기관은 인천 영종이 대한민국 관문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의료시스템을 갖추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중구 역시 종합병원 유치 등 응급의료 체계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정헌 인천 중구청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