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등장

 

생계 부담 속 재판땐 4~5년 소비

최고 형량 고작 1년, 문제 그대로

‘SNS 신상 공개’ 통해 투쟁 계속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쳐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쳐

이혼한 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주장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등장해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3월 초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이 같은 취지의 글을 올린 이는 “최고 형량이 고작 1년 이하 징역이다 보니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재판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그 사례가 적다”며 “실형 선고를 받더라도 대부분 6개월 이하로, 10년 동안 1억원의 양육비를 미지급한 아버지가 출소한 뒤에도 여전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홀로 아이를 양육하고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모들이 4~5년의 시간을 들이고 험난한 소송과 법적 절차를 거쳐 형사 재판까지 끌고 가도 처벌이 너무 약해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민동의청원에서 5만명 이상 동의받은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돼 소위원회 심사와 의결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글은 약 한 달 만에 1만6천여 명 동의를 받았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 뒤 지난해 3월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형량이 징역 3~6개월로 낮은 데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도 많다.

이 글의 작성자는 앞서 공익적 목적의 신상 공개가 형법 307조에 명시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해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을 올려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 청원은 3월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신상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를 운영한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지난해 1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해당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과 신상(이름·직장·나이 등)을 공개하는 ‘양육비 미투(Me Too)’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상 공개 등 피해자들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승기 법무법인 리엘파트너스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폐지되면 무분별한 폭로전이나 확대 재생산으로 인한 가짜뉴스가 늘어날 수 있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며 “피해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형량 강화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