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무죄·집유 판결 악영향

 

‘재정악화 인지 시점’ 관련 언급

피해자들, 앞선 결과 참고 ‘걱정’

인천지법 전경. /경인일보 DB
인천지법 전경. /경인일보 DB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속칭 ‘건축왕’ 남헌기(63)씨 일당 대부분이 3차 기소 사건에서 이전 재판의 판결을 언급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김은혜 판사 심리로 31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사기,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씨 일당의 법률대리인들은 “사기 범행과 관련해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며 “있었다고 하더라도 2022년 5월27일 이후의 임대차계약 부분에 대해서만 고의를 인정한다”고 했다.

남씨 등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665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53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2023년과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은 3차로 기소된 사건(세입자 102명, 전세보증금 82억원)에 대한 것이다.

남씨 등 일당 10명은 처음 기소된 사건에서 각각 징역 7년과 무죄·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올해 초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차 기소 사건 재판부는 남씨와 일당이 보증금 반환을 못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시점 이후 보증금을 새로 받거나 증액한 사례 등만 유죄로 인정했다.

2차 기소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도 남씨 일당이 재정 악화 사실을 인지한 2022년 5월27일 이후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만 사기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이 재판부는 지난달 열린 선고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까지 더해 남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가짜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 등 일당 30명에게는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3차 기소 사건 피고인은 총 29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 재판도 앞선 대법원 판결 등을 참고해 진행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한편 ‘전세사기 특별법’의 유효 기간은 오는 5월로 만료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 연장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개정 입법을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