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뮤지션과 관객, 서로를 위로·공감하다

 

강지원, 삼산, 모허, 루카 마이너

단편선 순간들, 나희경, 산만한시선×조은세

오는 11일부터 26일까지 각자의 무대 꾸며

살롱콘서트 과거 공연 사진.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살롱콘서트 과거 공연 사진.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해마다 이맘때 인천문화예술회관으로 인디 뮤지션들이 찾아옵니다. ‘작은 무대, 큰 공감’을 추구하는 휴식 같은 무대. 올해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살롱콘서트 휴(休, HUE)’입니다.

이번 살롱콘서트는 4월11일부터 26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복합문화공간에서 7차례 공연을 선보입니다. 100석의 소규모 공연장이지만, 저마다의 감각으로 노래하는 뮤지션들과 지친 삶 속에서 음악으로 위로받는 관객들에겐 서로의 이야기와 노래를 고요하게 마주하는 공간입니다. 공연 명칭에 ‘휴’(休)가 들어가는 이유죠.

살롱콘서트는 이진우 프로그래머, 김학선 대중음악 평론가, 신샘이 ‘EARS MAG’ 편집장, 정병욱 대중음악 평론가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각 공연에서 뮤지션들의 인터뷰어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살롱콘서트는 한국 전통 음악, 대중음악, 포크, 재즈, 아이리시,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적 결합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라인업으로 구성됐습니다.

4월11일 첫 무대는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강지원이 장식합니다. 이어 12일에는 한국 전통 음악과 현대적 감성을 결함한 싱어송라이터 삼산이 국악의 정서를 대중적 사운드로 풀어냅니다.

18일 무대는 몽환적 음악과 풍경을 노래해 최근 2025년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음반상’을 수상한 사이키델릭 포크 밴드 모허입니다. 다음 날 19일은 루카 마이너가 따뜻한 재즈 스탠다드를 선보입니다.

영민한 음악 프로듀서 단편선과 여러 연주자로 구성돼 철처하게 정돈된 음악으로 2025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과 ‘모던록 음반상’을 받은 단편선 순간들이 24일을 빛냅니다. 25일에는 보사노바의 본질을 탐구해 독자적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나희경이 잔잔한 파도 같은 음악으로 관객을 이끕니다.

26일은 로컬 음악계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로컬 스테이지’가 준비됐습니다. 로컬 스테이지에선 2025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산만한시선과 1970~80년대 스타일의 포크 음악을 기반으로 서툰 사랑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조은세의 무대를 추천합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대형 공연장을 가득 메울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순 없지만, 독립음악인들이 그려낸 세계를 들려 줄 무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살롱콘서트를 시작했다”며 “음악가와 관객이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며 새 힘을 얻어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살롱콘서트 휴는 공연당 100석의 관람석이 마련됐습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살롱콘서트 선정위원들의 출연진 선정 이유를 소개합니다.

강지원 (4월11일 오후 7시 30분)

강지원.
강지원.

강지원은 음악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싱어송라이터, 편곡자, 음악 감독, 그리고 때론 놀이도감을 비롯해 여러 뮤지션의 세션으로 피아노를 연주한다. 때에 따라 자리를 바꿔가며 좋은 소리를 좇고 창조하는 음악가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그런 강지원이 빚어 나가는 음악 세계는 따뜻하고 섬세한 소리로 채워져 있다. 따뜻함이 첫인사를 건넨 뒤로, 청자를 기다리고 있는 세세한 소리를 만나볼 수 있다. 강지원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창구는 그의 솔로 작업을 비롯해 그가 세션이나 작편곡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의 음악, 유튜브 커버 영상 등 다양하지만, 강지원의 황홀한 음악 세계를 경험하기에 훌륭한 장소 중 하나는 라이브 무대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다. ▷신샘이(ears mag 편집장, 음악평론가)

삼산 (4월12일 오후 6시)

삼산.
삼산.

삼산의 음악은 질문과 공감을 동시에 남긴다. 이런 음악은 어떤 음악이야 하는 질문과 함께 보편적인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가사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다.

낯선 것을 접하면 익숙한 언어로 빨리 정리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삼산의 음악을 얼른 한 단어로 정의하고 싶겠지만, 그의 음악은 그의 삶을 이해할 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는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에서 나고 자라며 가야금을 비롯해 국악기를 배웠고, 학교에선 국악 작곡을 전공했다. 그리고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 없이 케이팝을 비롯한 대중가요에 노출된 삶을 살았다.

이 모든 게 그의 음악에 한데 섞여 있다. 처음엔 신선하다고 느끼겠지만, 가요와 국악 두 요소 모두 한국인의 DNA에 녹아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이내 거리를 좁히고 빠져들게 될 것이다. ▷신샘이(ears mag 편집장, 음악평론가)

모허 (4월18일 오후 7시 30분)

모허.
모허.

‘부서진 폐허’. 혼성 듀오 ‘모허’가 아일랜드의 절벽 이름에서 따온 팀 이름의 뜻이다. 이들은 부서진 폐허와 같은 삶의 터전을 만화경의 풍경으로 뒤바꾼다.

주로 어쿠스틱 기타와 아이리시 악기인 아이리시 부주키의 반복적인 패턴 연주를 바탕으로, 독특하고 풍성한 사운드 연출, 다양한 변주와 아이디어가 곳곳마다 깃들어 노래의 마력에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선명한 현실에서 피어나고도, 앨범 재킷 속 안개 낀 풍경처럼 몽환적인 환상의 채도를 덧댄 가사가 아름다운 시의 언어와 사려 깊은 노랫말 사이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솔로 음악가로 두 차례 정규앨범과 여러 작업을 발표한 이소와 이제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조민규. 두 사람의 신생 프로젝트는 앨범이 공개되기 전부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슈퍼루키에서 은상을 받고, 앨범 공개 후 한국대중음악상에 호명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팝이나 록 같은 거대한 개념과 범주의 장르처럼, 포크 음악이 얼마나 다채롭게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는지 되새긴다. ▷정병욱(대중음악평론가)

루카 마이너 (4월19일 오후 6시)

루카 마이너.
루카 마이너.

한국의 역사 속 주로 혁신적인 신문물이거나 어렵고 생소한 공부 대상이 될 때가 많았던 재즈. 하지만 근래엔 재즈를 거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드넓은 세계 속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며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다.

싱어송라이터 Luca minor가 재즈의 분위기와 장치를 가미해 부르는 노래들은, 재즈의 본고장이며 그것을 하나의 문화이자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의 전통 팝에 가깝다. 말하자면 재즈가 외래어일 뿐인 우리가 누리지 못한 노스탤지어를 주요 감성과 자양분으로 삼지만, 막상 음악은 친숙하고 매력적이기만 하다. 바로 눈앞에서 들려주는 듯한 부드럽고 섬세한 보컬, 직관적으로 끌리는 달콤한 선율이 시간과 공간, 마음을 녹인다.

쿨 재즈와 주류 재즈, 팝 스탠더드 명인을 떠오르게 하기도, 그만의 개성을 품기도 한 중성적인 음색과 세심한 표현, 노래의 매력을 한껏 살리는 동료들의 연주가 국내에 드물었던 남성 재즈 보컬 스타의 등장을 알린다. 2021년과 2023년 말, 첫 EP와 정규앨범 발매 후 오롯이 온라인 음원의 힘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정병욱(대중음악평론가)

단편선 순간들 (4월24일 오후 7시 30분)

‘올해의 앨범’이 나왔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았다.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만세]는 영민한 앨범이다. 리더 단편선은 영민한 음악인이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여느 누구보다 더 철저히 밟았을 것 같은 앨범이다. A부터 Z까지가 이미 짜여 만들어졌을 것 같은 앨범. 정돈돼있고. 계산돼있는 듯한 앨범이었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시작해 ‘음악만세’에서 노동운동가 김진숙의 연설이 나올 때는 결국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계산’과 ‘감동’은 상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분명 단편선 순간들은 음악을 통한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감동의 앨범 [음악만세]를 만든 단편선 순간들이 ‘살롱콘서트 휴’ 무대에 선다. 무대에서 이들은 또 야성적이기도 하다. 레코드에서 정돈돼있던 음악은 훨씬 더 큰 에너지를 얻고 무대는 야성적으로 변한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며 종잡을 수 없고, 그래서 그만큼 매력적인 밴드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나희경 (4월25일 오후 7시 30분)

나희경.
나희경.

초등학교 5학년 때 보사노바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 뒤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보사노바에 음악에 빠져있다면 그건 운명이다. 나희경이 바로 그렇다. 초등학생 때 우연히 들은 보사노바는 그의 인생이자 운명이 되었다. 한국에서 보사노바는 친숙한 음악처럼 인식된다. 대중음악에서도 보사노바를 차용한 노래들이 꽤 있다.

하지만 보사노바에 천착하며 이를 노래하는 음악인의 수는 거의 없다. 나희경은 한국에서 독보적인 보사노바 전문 아티스트다. 경력으로도 그렇고 결과물로도 그렇다. 브라질에 건너가 전설적인 보사노바 음악인들과 작업해온 그에겐 어느새 다섯 장의 ‘보사노바’ 정규 앨범이 생겼다.

보사노바가 갖고 있는 모든 음악적 요소와 정서적인 부분을 그는 살피고 표현한다. 보사노바는 ‘새로운 물결’이란 뜻이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순간 나희경의 목소리가 바로 새로운 물결이 된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로컬스테이지’ 산만한시선 × 조은세 (4월26일 오후 6시)

산만한시선들.
산만한시선들.

■ 산만한시선

처음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모여서 ‘산만한시선’이 됐다. “산처럼 커다라면서도, 주의 없이 산만하게”란 주제의식을 이름에 담았다. 둘만의 산만한 시선으로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모였지만, 지금 영상은 노래가 대신하고 있다. 자신들의 가난이, 자신들의 아픔이 노래가 될 수 있다면 예쁠 거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가 되면 예쁠 거야’를 만들었다.

노래는 반향을 얻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노래 부문과 ‘올해의 신인’까지 세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노래가 가진 힘이었다. 이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마음을 쓰고 오래 들여다봤다. 흔한 말들로 이루어진 노래였지만 음과 음 사이, 낱말과 낱말 사이의 감수성과 여백은 산만한시선만의 것이 되었다. 서정적이지만 더 깊이 들여다볼 때 다양한 감정이 전해진다. 사각의 렌즈 안에 담고자 했던 풍경은 따뜻하고 쓸쓸하고, 또 서러운 노래가 됐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조은세
조은세

■ 조은세

소란스럽지 않지만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음악인이다. 음악을 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음악만큼 재미있고 행복한 것을 아직은 경험하지 못했다. 음악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22년 ‘여름잠’이란 노래로 경력을 시작한 이후 일정한 간격으로 꾸준히 노래들을 발표해왔다. 올해 초에는 첫 EP [하루의 정원]을 발표했다. 조은세는 음반 소개에 “나의 계절을 함께 살아준 이들에게, 전하고픈 막연한 마음을 녹였다”고 썼다. 그리곤 덧붙였다. “그대는 꽃이다.” 이제 스물다섯이 된 젊은 싱어송라이터에겐 사랑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남녀만의 이야기가 아닌 더 큰 삶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노래가 된다. 일상이라는 큰 정원에서 우리는 모두 꽃이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