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쉬어도… ‘장기화 불안감’ 그늘진 노동자들

 

500여명 ‘월급 70%’ 강제 휴무 들어가

수문통 상인들 “회식 발길 줄어” 울상

노조, 노후설비 재투자 묵살 사측 비판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 철근 공장 전면 셧다운이 시작된 1일 오전 인천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국내 철근 재고 감소 등 시장의 공급 과잉이 완화할 때까지 감산 조치를 유지한다는 계획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철근공장 전체 생산 라인을 4월 한달 간 전면 중지 한다. 2025.4.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 철근 공장 전면 셧다운이 시작된 1일 오전 인천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국내 철근 재고 감소 등 시장의 공급 과잉이 완화할 때까지 감산 조치를 유지한다는 계획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철근공장 전체 생산 라인을 4월 한달 간 전면 중지 한다. 2025.4.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현대제철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일부터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업황 악화로 사실상 4월 한 달간 ‘강제 휴무’ 조치가 시행된 현대제철 인천공장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찾은 인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 정문 앞. 회사로 들어가는 차량 몇 대만 눈에 띄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형강과 철근을 생산하는 공장이 2개 동씩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철근 공장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강제 휴무에 들어갔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생산직 1천300여 명 중 철근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00여 명이라고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철근공장 유지·보수에 필요한 최소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 노동자는 월평균 임금의 70%를 받는 조건으로 이날 오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지난해부터 생산량 감소에 따라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월급을 적게 받았다”며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수 있을 것 같아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월 28일 오후 인천시 동구 송림동 현대제철 인천공장 정문에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의 임금ㆍ단체협약 투쟁을 위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2025.2.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사진은 2월 28일 오후 인천시 동구 송림동 현대제철 인천공장 정문에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의 임금ㆍ단체협약 투쟁을 위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2025.2.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현대제철 인천공장 직원들이 자주 찾는 동구 수문통 일대 상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대제철 직원들의 회식이 줄어들어 매출이 감소했는데, 출근하는 인원마저 줄어들 경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상인들은 우려했다. 수문통에서 12년째 감자탕 집을 운영하는 A(55)씨는 “예전에 비하면 하루에 40만~50만원 정도 매출이 줄었다”며 “고정적으로 식당을 찾아주던 현대제철 손님들이 없어지니 가게 운영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철근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인천 철근공장은 설비가 40~50년 됐을 정도로 노후화돼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재작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을 때 노조는 성과금을 줄여서라도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해 왔는데, 사측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구조 조정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생산성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공장 가동 중단 이후에도 시장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셧다운은 아니더라도 공장이 일부만 가동될 수 있다”며 “인천 철근공장 설비 투자는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