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지명, 3분의 2가 대통령 영향
대통령 탄핵땐 중립성 유지 어려운 구조
한국의 위기는 법률가들이 일으킨 ‘법란’
4일 파면여부 선고… 국민 보고 판결하라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로 예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지연은 탄핵 선고를 기다리던 국민들 인내심의 임계치를 넘어서게 했다. 기일 지정도 없었고 지연의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은 쟁점이 명료해서 기각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지금은 8명의 재판관들이 5대 3으로 갈라졌다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탄핵심판 장기화로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돼 왔다.
재판관 중 일부가 고의로 평결을 지연시킴으로써 헌재의 기능 마비와 사실상 대통령 파면을 보류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파면 선고에서 기각 논리를 세우기 어렵게 되자 절차나 증거채택을 문제 삼아 평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의 그동안 침묵 탓이다. 오는 18일까지 선고가 지연됐을 경우 문형배, 이미선 2인의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됨으로써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을 할 수 없는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무기한 계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임명하거나 추천하는 형식으로 삼권 분립을 반영하는 독립적 헌법기관처럼 보인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9명중 3명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한다. 그리고 국회에서 추천하는 3명 중 집권 여당 추천 재판관이 포함되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3분의 2 이상 대통령의 직간접적 영향 아래 놓일 가능성이 있어 대통령 탄핵 사건과 같은 사건에서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결도 불신을 키웠다.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총리의 탄핵심판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였지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지 않았다’”는 이율배반적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이 선택과 보류를 통해 사실상의 헌법재판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지금이라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함으로써 위헌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갈등과 정치적 위기는 고조되어 파국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기각을 통해 내란 혐의로 재판 중인 윤 대통령을 대통령직에 복귀시키거나 탄핵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헌재 기능을 불능화한다면 파국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수호를 포기하는 것이 확인되면 주권자인 국민들은 전면적 항쟁을 통해 헌정질서를 다시 세우는 실천으로 나갈 것이다. 광장에서 시민 항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정부와 헌법재판소,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최고조에 달해 있고 조직화되어 있어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항쟁이 전개될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로 선고기일을 예고하고 대통령 파면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심판이 111일간 계속되면서 사회적 위기는 고조되어 왔다. 탄핵심판은 공직자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지연으로, 외교, 경제, 사회 등 국정 혼란이 초래되고 민생은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기각·각하할 경우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한국의 위기는 법률가들이 일으킨 ‘법란’이다. 검사 대통령의 검찰정치가 끝내 비상계엄을 불렀다. 상식을 뛰어넘는 법해석으로 내란 우두머리를 석방하는 판사를 보았다. 또 대통령을 위해 ‘즉시항고 포기’의 특혜를 베푼 검찰총장을 보고 국민들은 절망했다. 국민의 위임을 받은 헌법기구는 국회뿐이지만 지금은 별 수단이 없다. 위기 극복 카드는 헌법재판소 8명의 헌법재판관들이 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며 재판관들은 주권자인 국민이 임명한 헌법수호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헌법으로만 판결하라!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