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25일 가나아트센터 Space 97

1980~2000년대 대표작 20여 점 선봬

‘자연’으로 풀어낸 한국 근현대사 비극

사회 비판 메시지 속 공감과 위로 전해

 

“뚜렷한 주제 의식과 투철한 역사 의식”

“작가 강광의 미술사적 재평가 이뤄져야”

3일 오후 5시 3주기 추모제도 함께 개최

강광 作 밤-무화과, 1981, 캔버스에 오일, 100 x 100cm /가나아트 제공
강광 作 밤-무화과, 1981, 캔버스에 오일, 100 x 100cm /가나아트 제공

민중미술 1세대 화가이자, 인천의 사회·문화운동과 인연이 깊은 강광(1940~2022) 선생의 작고 후 첫 추모전 ‘나는 고향으로 간다’가 3일부터 가나아트센터 Space 97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강광 선생의 3주기를 기념해 그의 60년 화업을 반추하고자 기획됐다. 2019년 이후 가나아트에서 6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기도 하다. 강광 선생이 30세에 그린 ‘자화상’(1969)을 비롯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작품 20여 점을 통해 그의 예술 세계를 두루 살필 수 있다.

1969년부터 1982년까지 14년 동안 제주도에 머문 강광은 이 시기 4·3사건의 아픔에 깊이 공감했고, 이를 작품에 녹여냈다. 전반적으로 색채의 사용을 극도로 절제했다. 화면 전체를 은분이 섞인 회색조로 처리하고 청색, 갈색, 붉은색 등 대조적 단일색을 더해 전체 분위기를 침잠하게 구성한 것이 ‘밤-무화과’(1981) 등 이 시기 작품의 특징이다. 당대의 암울한 시대적·역사적 정황과 환경을 은유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강광 作 5월의 여인, 1988, 캔버스에 아크릴, 131.5 x 131.5cm /가나아트 제공
강광 作 5월의 여인, 1988, 캔버스에 아크릴, 131.5 x 131.5cm /가나아트 제공

1980년대 본격적으로 리얼리스트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5월의 여인’(1988) 등 제주의 역사적 사실을 다룬 ‘상황’ 연작으로 폭력에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 사건 속 핍박과 설움을 당하는 민초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제주의 오름들을 보고 있으면 일종의 무덤을 연상시킬 만큼 허무감을 느끼고, 초여름 밤이 오름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보리 가끄라기를 태우는 연기와 불꽃이 어렸을 적 꺾었던 6·25의 인상을 생각나게 한다.

강광

강광은 자신이 직접 겪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자연’이란 소재를 통해 풀어냈다. 2003년 강화도 마니산 인근으로 거처를 옮긴 그는 마니산 자락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숨 쉬는 동식물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의 역사와 삶에 대해 사유했다. 삶의 중심을 자연으로 옮기면서 색채가 한층 밝아졌으며, 형상을 단순화해 패턴화시킨 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강광 作 나는 고향으로 간다 Ⅱ, 2003, 캔버스에 아크릴, 97 x 130cm /가나아트 제공
강광 作 나는 고향으로 간다 Ⅱ, 2003, 캔버스에 아크릴, 97 x 130cm /가나아트 제공

이번 전시명과 같은 제목의 작품 ‘나는 고향으로 간다Ⅱ’(2003)는 삶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다. 파랗게 물든 너른 들녘 위에 그려진 바람길, 절제된 형태의 봉화가 켜진 봉우리와 들기의 풍경은 황량하면서도 몽환적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가나아트는 “강광은 뚜렷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작가로서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투철한 역사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를 위한 여러 활동을 전개하며 우리의 소중한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마니산에 들어오니 춘하추동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자연에서 예술적 모티브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광

강광 선생은 제주도 생활 이후 1985년 인천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교수협의회 회장을 맡아 인천대 시립화 과정에 이바지했으며, 인하대 이가림 교수와 인천민예총을 설립하는 등 지역 사회·문화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인천문화재단 제3대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강광의 작업은 시대의 무거운 주제들을 일상 속에 담아 특유의 서정성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강광 作 우리의 호랑이가 살아야한다, 2005, 캔버스에 아크릴, 130 x 163cm /가나아트 제공
강광 作 우리의 호랑이가 살아야한다, 2005, 캔버스에 아크릴, 130 x 163cm /가나아트 제공

가나아트 측은 “교육자이자 시민운동가이자 화가였던 강광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중심으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삶의 묵직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작업을 전개했다”며 “이번 전시가 예술과 삶을 동일시해 온 작가 강광에 대한 미술사적 관점에서의 재평가가 이뤄지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이달 25일까지다. 강광 선생의 3주기(4월5일)을 이틀 앞둔 전시 개막일인 3일 오후 5시 전시장에서는 선생의 3주기 추모제도 열릴 예정이다.

유가족을 대표해 진은준 서울교대 교수가 사회를 맡으며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 오영호 세베리노 신부, 이종구 화백, 강승희 추계예대 교수가 추모사를 하기로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