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벤처기업 의견조사

 

2곳 중 1곳은 부정적 시선 내비쳐

전략투자 위축, 보수 운영 우려도

벤처기업 2곳 중 1곳은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협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에 대한 벤처기업 의견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벤처기업 169개가 참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1일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벤처기업 54.7%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가 기업의 경영·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한 상장기업의 66.7%는 해당 조항이 기업 경영·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기업들은 또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으로 ‘경영권 침해’ ‘의사결정 지연’ ‘법적 리스크 증가’ ‘주주와 기업 간 이해 충돌’ 등을 꼽았다.

상법 개정안의 또 다른 주요 내용인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의무화’에 대해서는 38%가 기업 경영·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우려 사항으로는 ‘의사결정의 비효율성’ ‘시스템 구축 및 전산인력 확충 등 기업부담 증가’ ‘소액주주의 과도한 경영 개입 가능성’ 등이 꼽혔다.

상장기업인 한 전자장비업체 관계자는 “벤처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기업 성과에 직결된다”며 “이번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전략적 투자가 위축되고 사업 전반이 보수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 상장기업 관계자는 “지분 확대, 적대적 M&A 등 악의적 의도를 가진 일부 투자기관이나 개인주주가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과 주요 의사결정에 반대·지연시키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현재 복합적인 경영 환경에 놓인 벤처기업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주 권익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벤처기업의 혁신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회와 관계기관의 보완 입법과 조율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