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적용 곤란한 전통시장… 비상장치 설치 핵심 역할 ‘호스’

네덜란드 공무원 수동 펌프 개선 개발

진입로 확보 등 자발적 노력 예방효과

2017년 화재로 좌판 220여 개와 점포 8곳이 완전히 불에 탄 소래 어시장. /경인일보DB
2017년 화재로 좌판 220여 개와 점포 8곳이 완전히 불에 탄 소래 어시장. /경인일보DB

2017년 3월 18일 오전 1시36분.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큰 불이 났다. 화재진압과 잔불 정리는 다음 날 늦게까지 이어졌고, 좌판이 있던 자리는 시커먼 재와 잿물만 남았다. 재를 뒤집어 쓴 생선만이 이곳이 어시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소래포구 어시장은 1970년대 인천항 내항의 개항으로 새우잡이 어선이 소래포구에 정박하고 어선 직거래가 활성화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다른 전통시장들도 소래 어시장처럼 교통이 좋은 곳에 3일, 5일마다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노점이 늘어서 섰던 장이 자리를 잡으며 만들어졌다.

전통시장들은 1970년대 노점을 건물 점포로 바꾸는 사업과 2000년대 초반 길을 중심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 등 편의 시설을 보강하는 시장 현대화 사업을 거쳐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소방과 관련해서 이런 전통시장의 난제는 전체를 방어하는 소방시설을 적용하기 곤란한 부분과 가연물이 가득찬 점포, 좌판이 밀집하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 자체가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고 좌판과 권리가 나뉘어져 있어 더 어렵다.

소래 어시장 화재 후 소방기본법이 개정돼 전통시장과 같이 화재 초기대응이 필요한 지역에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비상소화장치는 일반적으로 철제 캐비닛 안에 소화전, 소방호스, 노즐인 관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소방호스는 비상소화장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소방호스는 네덜란드의 공무원이자 화가였던 얀 반 데르 헤이덴(Jan van der Heyden)이 런던 대화재 이후 수동 소방펌프를 개선하며,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부드러운 소가죽을 꿰매어 만든 이 소방호스는 화재진압 방법을 획기적으로 변화하게 했다.

최초의 가죽 소방호스는 10m, 40㎏에 달할 정도로 무거웠고 사용 전·후 썩지 않게 기름을 발라두어야 했으며 현장에선 펌프의 압력 때문에 실밥이 터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양동이를 사용할 때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노력해도 화재의 진압은 어려웠지만, 소방호스를 사용하게 되면서 몇몇 사람으로도 불에 물줄기를 직접 닿게 해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사용하는 비상소화장치의 소방호스는 보통 폴리우레탄 재질로 양끝 연결구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가볍고 사용이 간편해졌다. 비상소화장치로 진압능력이 갖춰졌지만, 이것만으로 여전히 전통시장의 복합적인 화재 위험을 해소할 수 없다. 화재예방의 핵심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상인들과 이용자의 화재안전 감수성과 인식변화가 가장 근본적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위험 감수성을 갖추고 인식을 변화하게 하는 것은 화재 예방의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노후화된 전열기, 멀티탭의 오용을 금지하는 것, 소방시설과 소방차의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 등 화재예방의 노력은 자발적일 때 비로소 효과적일 수 있다.

/송병준 소방위 인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용유119안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