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전 퇴임에 204억 걸었다… 내기 변질된 한국 미래
해외 최대 규모 사이트 통해 참여
오픈채팅방·불법 토토사이트 진행
반복되는 행위에 도박중독 지름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4일로 정해지자, 파면 여부에 돈을 거는 ‘베팅’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이틀 만에 200억원 이상의 베팅금이 모일 정도로 참여자들이 증폭하고 있는 반면 정치적 이벤트마다 반복되는 베팅 유행에 도박중독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해외 최대 규모의 정치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Polymarket)’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5월 전에 퇴임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베팅에 이날 오후 5시 기준 1천399만 달러 이상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로 204억원으로 전날부터 모인 금액이다.
폴리마켓은 1달러(100%)를 기준으로 더 많이 베팅한 쪽의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현재 ‘그렇다’(Yes)에는 59센트가, ‘아니다(NO)’에는 41센트의 가격이 걸린 상태로 파면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59% 정도인 셈이다.
이후 사건(파면 여부)이 실제로 발생하면 정답을 맞춘 쪽에서 본인이 돈을 건 베팅금을 1달러의 가격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미국의 사설 예측 시장인 칼쉬(Kalshi)에도 ‘한국 대통령은 퇴임할까’라는 제목의 베팅에 이날 기준 108만 달러가 모였고, 그렇다에 61센트가 책정된 상태다.
유입과 베팅 방법이 쉬운 해외 베팅 업체로 발길이 모이는 상태인데, 국내에선 투자나 정치 관련 오픈채팅방과 불법 토토사이트 등을 통해 암암리에 베팅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베팅 업체도 국외에선 합법으로 운영되지만, 국내에서의 이용은 원칙상 불법이다.
이처럼 탄핵뿐 아니라 각종 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반복되는 베팅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이석현(29·가명)씨는 지난달 17일 폴리마켓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전에 퇴임할 것인가’에 ‘그렇다’로 2만 달러(2천900만원) 정도를 베팅했다. 반면 헌재의 선고기일이 지난달 말까지 지정되지 않자, 이씨는 31일이 되기 전 급하게 베팅금을 다시 매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절반에 가까운 9천 달러를 잃었다.
해당 베팅은 4월 이전에 탄핵 여부를 선고하지 않아 ‘아니다’ 쪽이 베팅금을 가져갔다. 그럼에도 이씨는 선고기일이 지난 1일 지정되자 탄핵 인용을 확신하며 앞서 언급된 ‘5월 전 퇴임할 것인가’ 베팅에 1만 달러 가까이를 걸어놓은 상태다.
이성규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도박은 일단 한번 접하면 그 자체로 뇌의 구조가 바뀌어 버린다. 만약 베팅에 성공하면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구나 하면서 노동 등 다른 어떠한 것도 도박 외에 그 충격과 쾌감을 충족시킬 수 없다”며 “이번 탄핵 같은 정치적 이벤트도 무심코 처음 접하지만, 간단한 참여와 그렇다, 아니다 라는 반반 확률에 쉽게 이끌려 중독으로 빠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제언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