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을 맞추는 즐거움”

 

잉글리시 호른 처음 잡은 김영민씨

“좀더 다채로운 레퍼토리 연주 행복”

 

악보 통째로 외우는 바이올린 김수진씨

창단부터 응원과 격려 이번 무대 완성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단원 김영민(왼쪽)씨와 김수진씨. 2025.4.2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단원 김영민(왼쪽)씨와 김수진씨. 2025.4.2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지난해 12월 세계 장애인의 날 창단한 경기도 리베라 오케스트라가 약 4개월 만에 한층 더 풍성한 선율로 찾아온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오는 10일 첫 정기연주회 ‘The First Harmony’를 앞두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질 이번 연주회에서는 미하일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장조,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제1번,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을 선보인다.

지난 2일 경기아트센터 리베라 오케스트라 소연습실에서 단원 김영민씨와 김수진씨를 만났다. 영민씨는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2악장을 이끄는 잉글리시 호른을 잡는다.

언론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우려와 달리 영민씨는 정기연주회를 앞둔 심경을 꽤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오보에를 전공한 영민씨가 잉글리시 호른을 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악기 모두 목관악기에 속하지만, 입모양이나 악기를 쥐는 법 등이 달라 신경써야 할 부분이 꽤 많았다고 한다.

“오보에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난다면 잉글리시 호른은 슬프고 애조를 띠는 굵직한 소리를 냅니다. 그게 잉글리시 호른의 매력인 거 같아요. 두 악기는 닮은 듯 다르더라고요. 처음 잡아본 악기여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합주 전 늘 일찍 와서 연습했고 월요일마다 개인적으로 연습에 시간을 더 할애했어요.”

악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영민씨는 이번에도 곧잘 해냈다. 합을 맞추는 동료들이 있어 더욱 애정을 갖고 오케스트라 활동에 임할 수 있었다는 영민씨.

그에게 3개월간 리베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서로의 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연습했어요. 앙상블이란 게 이런거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와 합을 맞춰 연주할 수 있어 그 과정이 더 행복했어요. 좀 더 다채로운 레퍼토리 곡을 연주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수진씨도 그간 활동한 소감을 묻자 비슷한 답을 했다. 수진씨는 비슷한 상황에서 음악을 하는 동료를 만나 즐거웠다고 한다. 사실 시각장애인인 그가 바이올린을 켜기 위해선 크고 작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답답한 게 악보를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일단 곡을 통째로 외워야 해서 같은 곡이 주어져도 다른 단원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죠. 연습하면서 선생님이나 옆에 앉은 친구들 악기 소리를 듣고 좀 더 빨리 외우려고 집중하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2025.4.2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2025.4.2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얘기는 자연스레 수진씨와 영민씨가 경험했던 이전 무대에 대한 기억으로 흘러갔다. 이들이 음악인으로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 이들에게도 경기도 장애인 리베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서는 무대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오케스트라 창단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로 이번 무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첫 정기연주회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또하나의 의미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게 단원들의 바람이다.

이번 연주회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와닿았으면 하냐고 묻자 영민씨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감동을 주는 무대였으면 하죠. 당일에는 관객에게 좋은 소리만 전해야겠다 생각하고 무대를 즐기려고 합니다.”

수진씨도 이어 말했다. “첫 정기연주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공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대중에게 익숙하고 흥겨운 앙코르곡을 준비했거든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