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발길로 이어진 효심

 

“아빠 손만두는 최고” 효과 톡톡

국내외 정세불안 등 소비심리 위축

‘구 트위터’서 잇따라 간곡한 요청

1천여곳 위치 표시 지도 퍼지기도

X(엑스·구 트위터)에 이연희(22)씨가 부모님의 만둣집을 홍보하기 위해 올린 게시글. /X 캡처
X(엑스·구 트위터)에 이연희(22)씨가 부모님의 만둣집을 홍보하기 위해 올린 게시글. /X 캡처

“오래오래 장사해달라는 손님들의 응원을 들으니 경기는 얼어붙어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남아 있구나 싶어요.”

인천 계양구 임학동에서 남편과 함께 9년째 만둣집을 운영하는 김효정(55)씨는 최근 응원을 해주는 손님이 늘어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 사태 시기 급감한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국내외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폐업을 고민했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손님이 늘기 마련인데 지난 겨울엔 12월 초부터 이어진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 등 여파로 예년보다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웃 점포들이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그랬던 김씨의 가게에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난 이유는 딸 이연희(22)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부모님 가게 홍보 글 덕분이다.

연희씨는 지난달 29일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무조건 맛있다고 할 순 없지만 저에게 아빠의 손만두는 변함없이 최고여서 용기 내 글을 작성한다’며 부모님의 만둣집을 홍보하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누리꾼들은 ‘집 근처에 있는 가게인데 정말 맛있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다’ 등 연희씨와 그의 부모님을 응원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SNS 보고 왔다’ ‘착한 딸을 두셨다’고 이야기해 처음엔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딸이 홍보 글을 올렸다고 이야기해 감동을 받았다”며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X(엑스·구 트위터)에는 연희씨처럼 자영업자 자녀들이 부모님의 가게를 홍보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탄핵 정국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올해 1월 기준 전국 자영업자 수(550만명, 통계청)는 지난해 10월(577만명)보다 27만명 감소했다. 자녀들은 부모님 가게의 저렴한 가격, 오랜 경력과 손맛, 따뜻한 인심 등을 소개하며 ‘축 처진 어깨로 귀가하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가게에 한번 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 음식점부터 미용실, 공방, 꽃집 등 업종은 다양하지만 부모님에게 작은 힘이 되고자 하는 자녀들의 마음은 같다.

이렇게 자녀들이 홍보 글을 올린 가게들의 위치가 표시된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라는 이름의 지도가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전국에 이런 가게 등이 1천여 개나 된다.

연희씨는 “부모님을 도와 틈틈이 가게 일을 돕고 있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며 “만둣집 운영은 부모님이 평생 해오신 일이고 나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기에 폐업만큼은 막고 싶어 홍보 글을 작성했다”고 했다. 이어 “많은 자영업자와 부모님을 사랑하는 자녀들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