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현초, 尹 탄핵선고 시청
담임교사 “민주시민 알권리 있어”
판결문 어려운 단어 하나씩 설명
‘다름을 인정’ 정신으로 토론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일 오전 11시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같이 주문을 낭독하자, 숨죽인 채 교실 TV로 탄핵 선고 장면을 지켜보던 초등학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인천송현초등학교 6학년 1반에서도 학생들은 선고가 이뤄지던 20여분 간 심준희 담임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교실 앞에 설치된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파면을 촉구해온 이들도, 기각·각하를 강력히 주장하던 이들도 헌재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였다. 대한민국 헌법 수호와 법치 회복의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려는 마음은 투표권이 없는 어린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심 교사는 문 권한대행이 읽어내려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요지 중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할 만한 단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는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며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할 학생들도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이 수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심 교사는 다른 반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선고를 지켜본 학생들에게 소감이 어떠한지, 또 앞으로 뽑힐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게 있는지 등을 물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기다렸다는듯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승우(12)군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지유(12)양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법에 정해진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정우(12)군은 큰 목소리로 “통일과 평화를 위해 애쓰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교실에선 탄핵 선고 방송을 보기 전 수업에서 ‘비상계엄’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한 학생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로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꺼내자, 다른 학생은 “계엄령이 발동된 날은 평화로운 날이었다. 계엄 선포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로 꼽힌다. 학생들의 의견은 각기 달랐으나, 모두가 서로의 말에 경청했다. 같은 반 친구의 말을 끊거나 비난하는 학생은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에 이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큰 숙제를 떠안았다. 먼저 비상계엄 등으로 파괴된 민주주의를 온전히 회복하고, 더 공고하게 다지는 일이다. 이 아이들이 그러했듯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이제는 극단적인 갈등과 분열을 멈추고 치유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정운·송윤지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