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당하고 광장 지지자 붙잡는 尹 메시지

벚꽃 달리 궁상맞은 낙화… 지리멸렬 국힘

이재명의 민주당, 조기 대선의 대세론으로

사법리스크에 ‘이재명 vs 이재명’ 판세될듯

윤인수 주필
윤인수 주필

남녘의 벚꽃이 만개했던 4일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는 2024년 12월 3일 그날 밤 국민이 목격했던 초현실적 장면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대통령이 심야에 지상파 방송에 등장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군 헬기가 국회 앞마당에 착륙하고 특수부대원들이 국회 본관에 진입했다. 나라엔 비상계엄을 예감할 어떤 변고도 징후도 없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사변이고 변고였다. 국회와 국민이 눈에 쌍심지를 켜자 심야의 비상계엄은 무산됐다. 어리석은 대통령의 코미디 같은 계엄 소동이었다.

대중은 교활한 지도자는 용인해도 어리석은 지도자에겐 무자비하다. 탄핵소추 발의 이후 한 번도 반대 여론이 찬성여론을 넘지 못했다. 광장의 반대 인파가 찬성 인파를 압도했다지만, 합리적인 중도여론은 줄곧 탄핵편에 섰다. 윤석열 측은 비상계엄이 야당의 줄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라는 중대한 사변에 대응한 계몽령이란 논리로 헌재 변론을 일관했다. 내란죄 삭제, 수사조서 증거채택 등 헌재 심판 절차의 불법성도 시비 걸었다. 헛짓이었다. 누더기가 된 87헌법이지만 법문은 명확했다. 야당의 탄핵은 헌법의 권리였고, 비상계엄은 헌법을 위반한 위헌행위였다. 위헌 계엄은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했고, 헌재의 심판 절차 시비는 대통령 직무복귀 이유로 사소했다. 헌재 심판은 지체됐지만, 헌법은 12월 3일 그날 밤 윤석열 파면을 법문으로 밝혔다.

윤석열은 6일 탄핵반대 단체인 ‘국민변호인단’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는 아직 국민을, 아니 광장의 지지자들을 붙잡고 있다. 이날 진해 군항제가 막을 내렸다. 벚꽃의 위엄은 화려한 개화와 장엄한 낙화에 있다. 화려하게 개화했던 윤석열의 낙화가 궁상맞다. 꽃을 떨궈내야 가지는 잎을 돋우고 열매를 맺는다. 벚꽃의 계절은 저물었다. 윤석열은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을 놓아주어야 한다.

정부가 오늘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공고한다. 후보 등록일이 5월 11일로 한 달여 남짓 남았지만 ‘특별한 분위기’는 완연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세론이다. 대립축인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하다. 한동훈이 완성한 윤석열 탄핵소추를, 윤석열 극성 지지층의 탄핵반대 여론에 올라타, 탄핵을 지지하는 중도층과 결별했다. 한국갤럽이 6일 발표한 조사에서 붙여본 가상 대결에서 이재명은 50%대의 지지로 30%대에 머문 국민의힘 김문수, 오세훈, 한동훈, 홍준표를 압도했다. 중도층이 견인한 결과다. 경선을 통해 탄핵반대 후보를 내세워도, 찬성 후보를 옹립해도 지지층 결집이 쉽지 않고 중도층을 유인하기 난망하다.

반면에 민주당은 이재명으로 확정됐다. 김두관, 김부겸, 김동연이 경선 참여를 확정했지만, 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된지 오래다. 김 지사가 경선판에서 이판사판 끝장을 보겠다면, 자신의 정치미래를 걸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은 정치인 이재명을 커밍아웃했다. 반명파 의원들을 잔인하고 모욕적으로 내쳤다. 김 지사의 이판사판은 차기의 멸실을 각오해야 한다. 차기를 도모하려면 경선 분위기만 맞춰주다 내려와야 한다. 이재명이 빙긋이 웃고만 있어도 김 지사는 정치 밑천을 다 드러내야 한다.

양당의 현실로 주자들을 소거하다 보면 이재명만 남는다. 윤석열의 시간을 지나 이재명의 시간이 왔다. 조기 대선을 관통할 정치 주제는 이재명 찬반이다. 탄핵정국 때 대통령 윤석열의 적이 위헌 계엄을 자행한 윤석열이었듯이, 조기 대선은 이재명이 이재명과 싸우는 판세가 될 것이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대선후보·당대표를 거치며 잉태한 사법리스크, 사적 스캔들, 이만대장경이 12관문처럼 펼쳐질 테다. 유력하지만 그를 박스권에 가둔 관문들이다. 윤석열은 벚꽃 따라 졌다. 이재명이 장미대선에서 웃을지 울지에 따라 2024~2025 사이 특별했던 대한민국 정치사변은 마침표를 찍는다. 종결된 서사가 나라와 국민 편이기를 바란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