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은행에 수수료 주고 재위탁

사전심사·사후관리까지 볼멘소리

정책대출 기피현상 별도 대책없어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2025.4.2 /연합뉴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2025.4.2 /연합뉴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신혼부부, 신생아 양육 가구 등 서민을 위한 저금리 대출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시중 은행들의 호응은 그다지 높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월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입주 예정이었던 김서영(가명)씨는 이사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기 위해 조건을 확인하고 자산심사를 기다리던 중 난데없이 거절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산심사를 통과해 정상적으로 대출이 나오는 줄만 알았던 김씨는 위탁 업무를 맡은 시중은행의 추가 심사에서 현재 지점에 쌓인 대출이 많아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시댁과 친정에 급하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 신혼부부, 신생아 양육 가구 등을 위해 매년 60조 원 규모의 정책 기금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만들고 HUG에 운용·관리를 맡기고 있는데, HUG는 여신 업무를 담당하는 국책 은행 기구가 없어 일반 은행에 재위탁해 해당 정책 대출 업무를 맡기고 있다. 이를 대가로 HUG는 수탁은행에 소정의 수수료만 제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탁은행들은 이자율도 낮고 자사의 대출 상품도 아닌 정책 기금대출 상품들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정책 기금대출 관련 민원을 살펴보면 HUG의 자산심사를 통과해도 수탁은행들의 추가 심사에서 2~3주가 넘게 걸려 최소 1개월 전 신청해야 할 대출신청 일자를 놓친 사례, 입주 주택 근처에 정책 대출이 가능한 지점을 찾지 못해 타 지역 지점까지 가서 대출을 진행해 불편을 겪은 사례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기금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국가가 기금대출을 남발해서 수탁은행들에 과도한 업무를 떠넘기고, 정작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적은 수수료만 지불한다”며 “기금대출 특성상 사전 심사뿐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 해야 하는데 돈은 안되고 손만 많이 가는 업무”라고 불만을 표했다.

HUG 측은 수탁은행들의 정책 대출 기피현상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처지다. HUG 관계자는 “대출 신청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부당하게 거절당하는 사례 발생 시 사실관계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선 답변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업계는 수탁은행에 명확한 보상이 있어야 이러한 현상이 해결되겠지만, 기금대출 특성상 공적재원을 함부로 움직이기엔 HUG의 부담이 커 진퇴양난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공적 업무를 이윤추구 목적의 사기업에 맡겨버리니 논리가 맡지 않는다”며 “사실상 시중 은행은 정부의 허가로 사업하고 있으니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의무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