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뱉는 인천연탄은행, 동절기 후원 집계이래 최저치
수요 큰 구도심, 가구당 年 800장
봄엔 꽃샘추위·여름엔 습기 취약
정부지급 쿠폰 지원 받아도 부족
“가을쯤 동날판, 시민 관심 필요”

“연탄은 1년 내내 쓰는데 걱정이 크죠….”
지난겨울 인천에서 취약계층에게 돌아간 연탄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낮 기온이 13도를 넘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던 지난 3일 오전 찾은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집 대문 앞에는 저마다 하얀 연탄재가 놓여 있었다.
인천 대표 쪽방촌인 이 동네에서는 여전히 연탄을 쓰는 집이 많다.
쪽방촌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이제 나이가 있어 그런지 추위를 타서 연탄을 많이 쓴다”며 “여름에도 장마철에 비가 오면 집 안에 한기가 돌아 연탄을 써야 한다”고 했다.
괭이부리마을처럼 인천 구도심 지역에는 연탄을 때는 취약계층이 많다. 원룸(쪽방) 기준 연간 가구당 연탄 800~1천100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쪽방촌은 외풍이 심하고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봄철 꽃샘추위에 더 취약하다. 장마철에는 방 안에 습기가 많아져 연탄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 가구는 정부가 지급하는 ‘연탄쿠폰’(약 54만원)으로 1년을 난다. 이 쿠폰으로는 연탄 600여 장을 살 수 있는데, 부족한 연탄은 인천연탄은행 등이 기부를 받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동절기(2024년 10월~2025년 3월)까지 인천연탄은행에 기부된 연탄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만장이나 줄었다.
예년에는 평균 38만~40만장을 기업이나 단체, 개인 등이 후원했다. 아무리 기부가 줄어도 10%(약 4만장) 이상 줄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겨울에는 기부받은 연탄이 28만장에 그쳤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적은 수치로, 2007년 인천연탄은행이 활동을 시작한 후 집계한 기록 중 최저치에 가깝다.
정성훈 인천연탄은행 대표는 “연탄은행의 지원을 받는 취약계층은 인천에 약 1천가구인데, 기부가 많이 줄어 대부분 가구는 여름 이후 연탄이 동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기 악화 때문에 매년 찾아오던 기업들의 지원이 줄거나 중단됐다”고 했다.
이어 “겨울을 앞둔 시기가 아니라도 연탄 기부를 받고 있으니 시민들의 큰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변민철·백효은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