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후속책 주문

‘10년 이하 징역’ 美 사례들어

민원범죄 적용 법령 필요성도

지난해 김포시 9급 공무원이 항의성 민원 폭주에 시달리다 숨진 뒤(2024년 3월7일자 보도) 민원공무원을 지키기 위한 법·제도 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반복되는 악성민원을 유형화하고 기관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후속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왔다.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악성민원 고통' 말단관료 저버린 관료주의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악성민원 고통' 말단관료 저버린 관료주의

숨진 채 발견(3월5일 인터넷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되면서 악성민원과 신상털이로부터 공직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다. 그 사이 전국 각지의 공무원들이 악성민원과 유무형 폭력에 무방비 노출돼 신음하고 있다.6일 경기도 내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악성민원도 모자라 공무원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파주시 소통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 자택에 방문했다가 쇠망치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당했다. 환경관련 민원을 1천건 이상 제기해온 민원인의 자초지종을 듣고자 찾아간 자리에서 폭행을 당한 것이다. 지난해 4월 구리시에서는 30대 공무원이 수습기간을 끝내고 며칠 지나지 않아 민원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21년 포항시에서는 택시 감차정책에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이 담당부서 공무원의 얼굴 등에 염산을 뿌리는 테러가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줬다.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 말 소속 조합원 7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보면, 응답자의 84%가 최근 5년 사이 악성민원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두드러진 건 악성민원으로부터 '출구'가 없다는 점이었다. 조사대상 중 88.3%가 '참고 견뎌야 하고, 공무원 개인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 등 근무처의 악성민원 대응태도를 부정적으로 봤다. 또 76.3%는 소속 기관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다고 답했다.이처럼 공무원 대상 악성민원은 시시각각 일어나지만, 공직자에 대한 뿌리깊은 통념과 관료문화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팀장급)는 "헌법
https://www.kyeongin.com/article/1681045

국회입법조사처(김인태 조사관·행정학 박사)는 최근 ‘악성민원 근절, 실효적인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악성민원으로 인한 민원공무원들의 고충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보호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악성민원의 법적 정의·유형 제시와 함께 기관장의 세부적인 대응방안 도입 등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김포 공무원이 무차별적 민원폭주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악성민원 범정부 TF를 꾸려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어 정부 제출안을 포함해 국회에서 민원처리법, 정보공개법 등 민원공무원 보호 관련 개정안이 속속 마련됐다. 폭언 등으로 악성민원을 일삼는 민원인과의 전화나 면담을 종료할 수 있고, 전자창구를 통해 제기된 비정상적 반복·중복 민원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회 입법 논의가 활발히 이뤄진 점에 의미를 짚으면서도 지금의 조치만으로 실질적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악성민원 정의 규정, 반복·악성민원 유형 분류와 처벌 규정 마련, 기관장의 민원담당자 보호 의무 규정 강화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공무원을 위협한 민원인을 10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하는 법령을 예로 들며 민원 범죄에 적용할 법령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악성민원인 상대 고소·고발이 원활해지도록 민원처리법 시행령에 규정된 고소·고발사건 재정지원 근거를 법률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고서에 제시됐다.

김 조사관은 “개선 과제가 이행되면 기관장은 더 적극적으로 공무원 보호에 나설 수 있고 민원공무원 입장에선 피해를 묵과하지 않고 대응에 나설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