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오픈… 개관 31년 연대기 모아
역대 예술감독 28명 흉상 이미지 강렬

인천문화예술회관 31년과 그보다 더 오랜 인천시립예술단의 역사가 설치미술 작품으로 펼쳐진다. 리모델링을 마친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이 지난 8일 개막한 전시 ‘시간의 조각’을 시작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올해 하반기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대공연장 등이 순차로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관하는 만큼 이번 전시 주제는 그동안의 발자취를 다시금 더듬어 기록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업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은 1994년 4월8일 개관할 당시 사진, 도면 등 기록물과 그 시간의 흔적을 담은 물품 등을 1년여에 걸쳐 조사·수집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31년 전 개관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회관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선 볼쇼이합창단, 국립발레단,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방송교향악단, 레닌그라드 국립발레단 등 국내외 공연단체의 초청 공연이 이어졌다. 당시 영상과 공연 포스터 등 연대기가 섹션 1·2에서 전시됐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건립 이전부터 시립예술단은 활발하게 활동했다. 1966년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출범하고, 1981년 인천시립합창단과 인천시립무용단, 1990년 인천시립극단, 지난해 인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창단해 5개 예술단이 회관에 상주하고 있다.
전시장(섹션 3)에 넓게 펼쳐진 붉은 카펫에 역대 시립예술단 예술감독 28명의 흉상이 올려져 있다. 그 이미지가 자못 강렬하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창단한 초대 지휘자이자 20년 동안 시향을 맡았던 작곡가 김중석(1940~2022) 선생이 생전에 사용한 악보 등 유품도 마치 선생이 방금 사용한 듯 책상 위에 올려져 있기도 하다.
시립예술단에서 은퇴했거나 오랜 기간 몸담고 있는 예술단원 30명을 유창호 사진 작가가 각각 촬영한 대형 초상도 기록이면서 설치미술 작품에 가깝다. 역대 예술감독과 단원들 또한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인천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얼굴들이다. 마지막 섹션은 인천문화예술회관이 2008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문예정보지 ‘아트인천’의 의미 있는 기록들을 발췌해 전시했다. 기관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16년 동안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다루는 유일한 매체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고은화 관장은 “전시실 재개관을 맞아 그간 수집하고 발굴한 회관과 시립예술단의 흔적들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며 “인천 문화예술의 발전상과 이 길에 헌신한 이들의 발자취가 한 조각이라도 기록되는 과정이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