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여운이 오래갈 듯하다. 김연경이 8일 소속팀 흥국생명을 V리그 챔피언에 올려놓고 배구여제의 전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8년생 김연경이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 배구에 입문하고, 수원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등학교)에서 기량을 꽃피운 뒤, 국내 코트를 평정한데 이어 세계 코트를 지배한 서사를 작은 글상자에 담아낼 재간이 없다.
김연경이 세계 배구역사에 남긴 업적은 불세출의 경지다. 고교 졸업 후 국내 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왕과 MVP를 차지하면서 흥국생명 전성기를 열었다.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그녀를 영입한 해외 구단들에게도 빠짐없이 우승컵을 안겼다. 김연경의 진가와 명성은 국가대항전에서 만개했다. 대표팀 전력은 배구 강국에 뒤졌지만 김연경이 있었다. 동메달 없는 올림픽 4강은 김연경 없이는 없었을 기적이라 신화가 됐다.
국제배구연맹은 2012년 런던올림픽 4위 팀의 김연경을 MVP로 선정했다. 전무하고 후무할 최고의 경의였다. 김연경이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또다시 한국을 4강으로 견인하자 더 이상 안겨줄 영예가 없던 연맹은 말로 대신했다. ‘The One And Only(유일무이)’. 배구여제를 향한 유일무이한 칭송으로, 번거로웠던 모든 찬사들을 한방에 정리했다. V리그 각 구단들은 홈경기장 은퇴식으로 김연경과의 마지막 경기를 기렸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상대팀 정관장 덕분에 더욱 빛났다. 1, 2차전 패배를 3, 4차전 승리로 균형을 맞추고 5차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였다. 정관장 선수들은 전설의 은퇴가 아니라, 자신들의 우승에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떠나는 배구여제를 향한 최고의 예우를 스포츠 정신에 담아 선사한 것이다. 덕분에 여제는 최후의 코트에서 마지막 세트까지 혼신을 다해 기량을 쏟아내야 했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승리로 찬란했지만, 졌어도 장엄했을 테다.
김연경은 경기 후 “정관장 덕에 이렇게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며 “정관장 선수들도 너무 잘했고 수고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김연경의 품격은 전설에 손색이 없었고, 정관장 선수들도 전설의 또 다른 주역으로 배구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전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로 한국 배구도 함께 전설이 됐다.
정치 윤리와 정치인의 품격이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를 절반만 흉내 내도 민주와 공화의 가치가 지금처럼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