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5.4.8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5.4.8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가 9일 현실화되었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관세를 5일부터 부과하고, 9일부터는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6일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협상을 위해 상호관세 부과를 연기하거나 유예할 가능성은 없다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관세 융단 폭격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캐나다와 멕시코는 가장 먼저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되었다. 중국은 ‘이에는 이’식의 응전 불사를 밝혔지만 일본과 이스라엘은 상호관세를 피하거나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에 납작 엎드린 인상이다. 46%의 상호관세 부과에 화들짝 놀란 베트남의 럼 공산당 서기장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45일 유예를 얻어내 시간을 벌었다. 한때 미국과의 맞대응 조짐이 일었던 유럽연합(EU)은 관세 협상을 의식한 듯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EU 집행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미국산 버번위스키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철회했다.

전 세계가 ‘관세 폭탄’ 피해 축소에 분주하다. 우리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8일 인천상공회의소는 ‘미국 관세부과 대응 비상경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관계 당국의 대처를 호소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관세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난감해 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시는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관세부과 대응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미국발 관세정책 관련 정보를 기업들에 정확하게 제공해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최소화하겠다”며 관세 피해 기업에 대한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도 거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두 달이 넘도록 우리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마당에 이정도 지원은 조족지혈이다.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28분간 통화했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 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대선 정국과 맞물린 야당의 정부 흔들기가 관건이다. 한 대행 정부의 중립적 통상 정책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