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길었던 겨울 가고, 따뜻한 봄 성큼
대통령 부재 상황… 지방정부 ‘버팀목’ 돼야
시민 안전·민생 안정 위해 기관과 협력 온힘
갈등 해소·사회 통합안 찾기 나부터 ‘앞장’

울컥했다. 선고 요지를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법치국가라는 분명한 사실이 다시 한 번 가슴에 와닿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부터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인용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헌재가 파면 결정문에 언급했듯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는 대한국민이다.
추측이 난무했다.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넘게 선고일이 지정되지 않으면서 ‘재판관 간 이견이 있다’, ‘기각·각하될 것이다’ 등 근거 없는 정보들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국민에게 ‘명문’이라는 찬사를 받는 선고 요지를 보며 왜 38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재판관들이 숙의에 숙의를 거듭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민들 덕분이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밤, 수많은 시민이 국회로 달려와 군용 차량을 막아섰다. 지난해 12월3일부터 파면이 결정되기까지 123일 동안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다. 지난 4개월은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겨울이 길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봄을 맞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생각이 다른 국민 간에 갈등이 극심해졌다. 광장에서 매일같이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고,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같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탄핵안이 인용된 지난 4일, 간부 공무원들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탄핵 심판 선고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 대통령 부재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일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시민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안전과 민생 안정이다. 집회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집단행동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 경찰·소방서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 이른 시일 안에 수원시 통합방위협의회를 열어 민·관·군·경과 함께 시민의 안전을 지킬 대책을 마련하겠다. 집회 신고 단계부터 무질서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조치를 하고 공공 시설물은 더 철저하게 관리하겠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민생경제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환율 폭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수출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또다시 신음하고 있다. 관세가 수원시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 수출 기업 지원 사업·정책은 대폭 확대하겠다. 지방행정반, 민생안전반, 지역복지반, 안전관리반 등 4개 반으로 이뤄진 통합대책반을 구성했다. 통합대책반을 중심으로 민생을 안정시키고 시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국민의 엄청난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의 에너지를 잘 모은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도약할 것이다.
이제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탄핵 국면을 거치며 극심해진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을 어우르며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선고 요지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합니다.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합니다.” 헌재가 대통령과 국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세대, 지역, 이념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며 관용을 베풀고, 대화와 타협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나부터 앞장서겠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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