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6년만에 최고 기록

관세 충격 영향 ‘1불=1500원’ 코앞

유학원·여행사들 美 상품서 손떼

호주·뉴질랜드 남반구 ‘반사이익’

미국의 상호 관세와 미·중 무역분쟁 긴장감 고조로 원/달러 환율이 1천480원을 넘어서는 등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게 치솟자 산업계 비상은 물론 유학생들과 예비부부들도 좌불안석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유학 중인 정모(34)씨는 눈을 뜨면 환율부터 확인한다. 미국 전역을 휩쓰는 인플레이션에 고환율까지 겹쳐 정 씨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으로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정 씨는 “부모님이 일부 도움을 주시는데 환율이 높아질수록 죄송스러운 마음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오는 6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 한모(30)씨에게도 고환율이 가장 큰 고민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0월부터 오르기 시작하자 내리기만을 기다리며 수개월을 기다렸지만 결국 1천500선을 목전에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최근 환전을 진행했다. 한 씨는 “1천400대 초중반에도 비싸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라도 바꿀 걸 그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강달러 현상은 유학업계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A유학원은 최근 단기 어학연수 코스에 미국 상품을 전부 내렸다. 대학입학 혹은 해외취업 등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미국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유학원 측의 설명이다.

A유학원 관계자는 “같은 북미권 어학연수라도 캐나다가 미국보다 2천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며 “지난 1기 트럼프 정권을 겪어봤지만, 이 정도로 유학시장의 변동성이 크진 않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B유학원은 일찌감치 호주·뉴질랜드 쪽 전문 유학으로 방향을 바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달러는 미국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크지 않아 방학 중 단기 어학연수 학생들이 남반구로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역시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에 미주 여행 수요 감소를 예측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통상 3개월 전 고정 환율로 여행상품을 준비하기 때문에 당장 수요 감소나 가격 변동 폭은 없지만, 하반기 여행 상품엔 현재의 강달러 상황이 반영된 금액이 책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인한 미주 여행객들의 심리적 부담이 여행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며 “대륙별 상품 비율 조정 등 전반적으로 열어두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9일 오후 1시부터 한국산 제품을 상대로 미국의 25% 상호관세가 부과되자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전날 대비 10.9원 오른 1천484.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