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장비 13㎏… ‘바다 위 작은전쟁’ 최전선 수호자들

이달쯤 기승 부리는 中 불법조업

위협적인 저항에 부상 입기도 해

경비함정·보호장구 등 점검 꼼꼼

9일 오전 인천시 중구 서해5도특별경비단 전용부두 인근 해역에서 고속단정이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기 위해 기동하고 있다. 2025.4.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9일 오전 인천시 중구 서해5도특별경비단 전용부두 인근 해역에서 고속단정이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기 위해 기동하고 있다. 2025.4.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헬멧 확인!”, “채증장비 확인!”

9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서해5도특별경비단(이하 서특단)이 운용하는 3천t 급 대형 경비함정인 3008함에서 해상특수기동대 대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달부터 시작된 봄 성어기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해상특수기동대는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선원들의 위협적인 저항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대원들이 착용하는 방검조끼, 진압봉,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헬멧 등 보호 장구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채증장비, 통신장비 등까지 합하면 무게만 13㎏에 달한다. 김재성 3008함 함장은 “장비가 무겁지만, 바다 위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다 보니 부력과 보호 기능을 갖추기 위해 장비 착용은 필수”라고 했다. 이어 “과거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대원도 있다”고 했다.

서특단은 이날 영종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을 대비한 해상훈련을 진행했다.

장비 점검을 마친 대원 8명이 경비함정 3008함에 달려 있던 고속단정에 탑승했다. 수면으로 내려온 고속단장은 곧이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속 50㎞ 속도로 빠르게 내달렸다. 방향을 급선회할 때마다 고속단정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기울어졌다.

기자가 탑승한 고속단정을 이끈 서특단 추학선 검색팀장은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발견하면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 접근한다”며 “오늘은 파도가 잔잔하지만, 심할 땐 선체가 기울어지면서 온 몸으로 충격이 온다”고 말했다.

서특단은 올해 3척의 중국어선을 나포했다. 지난 3일 오후 8시 20분께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쪽 46㎞ 해상에서 경제수역어업주권법 위반 혐의로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하고 6척을 퇴거 조치했다. 이 때에도 3008함과 고속단정들이 큰 역할을 했다. 앞서 3월 30일 소청도 남서쪽 해역에서도 중국어선 1척을 나포하는 데 3008함이 투입됐다.

특히 최근 나포때 대원들이 팀별로 1기씩 갖추는 유압절단기와 원형메탈톱이 단속 과정에서 유효하게 사용됐다. 이 장비들은 무게가 각각 18㎏, 6㎏이다. 이달 나포한 선박은 철문이 2중으로 돼 있었는데, 이를 해체하는 데 유압절단기 등을 사용해 조타실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도 대원들은 이 장비들을 갖추고 훈련을 진행했다.

김재성 함장은 “중국어선 출몰이 코로나19가 확장하던 시기엔 주춤했으나,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 봄 성어기에도 많은 중국어선이 출몰할 수 있다. 이에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서특단 별관에 있는 ‘해상사격 시뮬레이션’을 체험하기도 했다. 흔들리 바다를 경험하기 위해 바닥이 파도처럼 출렁이도록 프로그램돼 있어 실전에 가깝게 훈련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불법 외국어선에 등선하거나 선상에서 선원과 대치하는 상황 등 단속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시나리오별로 마련됐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사격은 표적에 맞추는 것이 어렵지 않았으나, 바닥과 표적이 함께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가동하자 명중률은 크게 떨어졌다.

서특단 관계자는 “실전에서 대원들은 고무탄을 장착한 권총을 사용한다”며 “바다를 완벽히 재현하진 못하지만 매달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실전에 도움이 된다. 매달 대원들은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