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운전자들의 사고를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지난해 12월23일자 7면 보도 등)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65살 이상 고령운전자들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반응속도가 더디다는 한국소비자원의 시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여러 해외 사례처럼 고령운전자 보호를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마련 등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에정이다.
소비자원은 고령·비고령운전자 34명(각 17명)을 대상으로 시내 도로 주행 시뮬레이션 시험을 시행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시험은 도로 주행 시뮬레이터를 통해 가상현실로 구현한 돌방 상황에서 브레이크가 작동되기까지 반응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선행 차량 급정거 상황에서 고령자(3.56초)가 비고령자(3.09초)보다 0.47초가량 늦게 반응한 걸로 조사됐다. 불법주차 차량으로 시야가 제한된 가운데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횡단하는 상황을 가정한 경우에는 고령자(2.28초)가 비고령자(1.20초)보다 1.08초 더 늦게 반응했다.
아울러 소비자원이 고령운전자 300명을 상대로 교통안전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182명(60.7%)은 ‘고령운전자가 비고령에 비해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더 높다’고 인식했다. 주된 이유로 ‘판단력이나 반응속도 저하’(95.6%)를 꼽았다.
실제 한국의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최근 감소 추세이나, 고령운전자 사고는 2020년 3만1천여 건에서 2023년 3만9천여 건으로 연평균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비율도 같은 기간 14.8%에서 20%로 증가했다.
소비자원은 일본 등 해외 사례처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 차량이 보급·확대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일본은 차량의 레이더 등이 전후방 차량·벽 등을 인식하는 상태에서 운전자가 페달을 혼동해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을 경우 급가속을 방지하는 장치인 ‘서포트 카’를 고령운전자에게 보급하고 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