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5.4.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1일 오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5.4.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공사현장 안전 보수 작업 中 붕괴… 2명 고립 추정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나 작업자 2명이 실종되거나 고립됐다. 현장 주변에 초등학교와 아파트 등 다수 건물이 자리잡고 있어 추가 피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광명시는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7분께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제5-2공구)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지반 도로가 함께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당시 도로 위에서 안전진단 등의 작업을 하고 있던 노동자 2명이 각각 고립·실종돼 소방당국이 이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0시30분께 해당 현장의 붕괴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공사 현장을 지나는 광명 양지사거리부터 안양 호현삼거리까지 왕복 6차선 1km 구간에 대해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전면 통제했었다. 이로부터 15시간여가 지난 시점에 현장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당시는 시공사가 국토교통부와 함께 사고 현장 구조물 등이 파손된 경위를 조사하며 안전진단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11일 오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5.4.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1일 오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5.4.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구체적으로 이들은 새벽 붕괴 우려 신고를 받고 이날 오전 4시께 교수 등 건설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 지하 24m 깊이 터널 부근까지 내려가서 구조물을 어떻게 보강할지 회의(안전진단)를 진행했다. 이어 오전 7시께 17명의 작업자가 보강 공사를 시작했고, 오후 3시17분께 공사 현장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 실종·고립된 2명은 시공사 측 직원 1명과 하청(크레인 기사) 직원 1명인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현장 인근선 추가 붕괴 우려… 주민 대피령

현장에선 추가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 광명시는 이날 오후 5시54분을 기해 재난문자로 ‘도로 붕괴로 인근 주민은 대피장소로 신속시 대피 바란다’고 알렸다. 실제 사고 현장은 6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교회 등과 인접해 있다. 교회의 경우 부지 내 녹지공간이 붕괴로 인해 균열이 관측될 정도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학교 시설물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교육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주말 동안 학교 상대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다음 주 학사 일정을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오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붕괴돼 있다. 2025.4.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1일 오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붕괴돼 있다. 2025.4.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국토교통부도 이 사고 수습을 위해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월 안성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공사장 교량 붕괴 사고 이후 불과 46일 만에 일어난 대형 사고다. 정부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꾸렸으며, 신안산선 민간투자사업 사업시행자인 ㈜넥스트레인도 현장에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한 상태다.

감사원 2년 전 지반상태 ‘불량’ 지적, 향후 수사로 규명돼야

이번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대해 감사원이 2년 전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고 경고한 것으로 드러나 공사가 무리하게 진행된 건 아닌지 등을 수사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1월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실태’라는 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당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공구(시흥시청~광명)의 경우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파쇄대가 존재”한다며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한 5등급(42m)인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 설치가 반영돼 있지 않은 등 단층파쇄대 887m 구간을 포함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5등급)한 연장 2.9㎞ 터널구간에 인버트가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언급한 ‘단층파쇄대’는 지반 좌우가 불균형해 지반 침하·붕괴를 일으킬 위험이 큰 지반 상태로 알려졌다. 지하를 통한 터널 공사까지 진행하게 되면 외부 충격의 영향을 받아 인버트와 같은 안전설계 등 각종 대책이 필요하단 것이 감사원의 경고였다.

/조수현·고건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