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방직 여성노조원 ‘똥물투척’ 피신
정부에 눈엣가시… 감시하고 자택 침입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 사과하라”
인권침해 40년 만에 진실화해위 인정
김도진 목사 “잘못된 역사 바로잡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최근 1970~80년대 인천 노동운동의 거점이었던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에 대한 국가 기관의 인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 기관에 사과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교회 측이 지속적인 인권 침해를 당한 지 무려 40여년 만입니다.

■노동운동 거점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선 무슨 일이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2년 인천 동구 화수동에 세워졌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문제와 도시빈민문제 등을 알리며 인권 보호를 위해 힘써온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천 노동자들은 자연스레 이 교회로 모이기 시작했습다. 함께 모여 공부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배웠습니다. 당시 빈민층의 삶과 애환을 그린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도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등장합니다.
특히 이곳은 1978년 2월 인천 동일방직 여성 노동조합원들이 사측으로부터 당한 이른바 ‘똥물투척사건’ 때 피신한 곳으로, 여성노동사의 상징적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총각(78)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은 “오갈 곳이 없는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도시산업선교회였다”며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분들은 전적으로 노동자들을 믿어주고 지원해줬다”고 당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신과 신군부 독재 시절, 노동운동은 국가의 걸림돌이었습니다. 이를 지원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역시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였겠죠.
목사와 실무자, 교인 등이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보안사령부, 중앙정보부, 경찰 등으로부터 사찰과 위협을 받았습니다. 각 국가 기관은 공권력을 동원해 교인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영장 없이 자택을 칩임했습니다. 이같은 사찰은 일반 신도와 그 가족, 친척 등 주변인들에게까지 확대해 1980년대까지 계속됐다고 합니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2005~2010년)가 이 사건 조사를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고, 2기 위원회가 2023년 재조사를 결정하면서 마침내 사건의 실체가 최근 드러나게 됐습니다.

■40여년 만에 밝혀진 진실… 교회 측 ‘환영’
진실화해위원회는 보안사령부와 중앙정보부, 경찰, 노동청(노동부) 등 국가 공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종교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노동기본권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국가가 보안사령부와 중앙정보부, 경찰, 노동청(노동부) 등의 행위를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교회 측은 인천 노동운동사의 거점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활동을 국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권고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김도진 미문의일꾼교회 목사는 “국가가 행했던 폭력에 대해 사과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 폄훼된 교회 활동의 명예가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인천 노동자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조만간 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교회가 있는 화수동 일대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였으나, 노동계 등의 노력 끝에 원형 그대로 인근에 이전하기로 결정됐습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