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10여년간 인천가족공원에 안치
단순 무연고자로 분류돼 산골처리 처지 놓여
호국봉안담 안치할 수 있는지 인천시와 협의
부귀후원회, 합동 추모의 날에 함께 넋 기려

월남전 참전유공자인 고(故) 윤한복(1946~2012)씨의 유해는 지난 2012년부터 10여년간 인천가족공원에 안치됐다.
그가 참전유공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 오랜 기간 그의 유해를 찾는 이도 없었다. 결국 안치 기간 10년을 채운 유해는 연고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가족 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단순 무연고자 유해로 분류돼 산골(화장한 유해를 산이나 바다에 뿌림) 처리될 처지였다.
다행히 지난 2023년 국가유공자 후손 등이 모인 단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찾는 사람들’ 의뢰로 인천보훈지청이 무연고자 유해를 대상으로 유공자 발굴을 진행, 윤씨를 비롯한 유공자 48명을 찾아냈다.
이들 중 일부는 유가족과 연락이 닿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장됐다. 하지만 윤씨 등 27명은 최종 무연고자로 남았다. 국가보훈부가 이들의 유공자별 자격 요건을 확인해 유해는 하나둘 국립묘지에 안치됐다. (3월12일자 3면 보도)
윤씨 유해는 그러나 국립묘지로 가지 못했다. 생전 그의 전과가 발목을 잡았다. 유일한 혈육인 동생은 치매를 앓고 있어 유해를 인수할 수 없었다. 국립묘지로 가지 못한 그의 유해는 현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찾는 사람들’ 대표인 강영환(46)씨가 임시로 맡고 있다. 유공자를 일반 봉안실에 모실 수 없어 급한 대로 집에 유해를 보관한 것이다. 강씨는 그의 유해를 인천가족공원 호국봉안담에라도 안치할 수 있는지 인천시와 협의하고 있다.
강 대표는 “많은 참전유공자가 전쟁 트라우마를 겪다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고인도 비슷한 상황이셨을 것”이라며 “아마 평생을 쓸쓸히 지내시다 돌아가셨을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소식을 접한 ‘부귀후원회’가 지난 12일 ‘제8회 홈리스·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의 날’에 그의 넋을 함께 기렸다. 부귀후원회는 인천에서 무연고자 합동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추산한 인천의 무연고 사망자는 2022년 382명, 2023년 372명, 지난해 432명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100여명 미만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21년 이후 250여명까지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10년 동안 무연고 유해로 보관되다 산골 처리되곤 한다.
가기환 부귀후원회 대표는 “1인 가구 증가, 사회의 양극화 등으로 인해 빈곤한 상태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인천시가 앞장서 이들의 장례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