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상 짓는 인천지역 배 농가들

 

수술·암술 손상되면 착과 어려움

이달 평균기온 전년보다 4℃ 하락

‘인공수분 계획’도 불확실 날씨탓

1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수산동의 한 배농장에서 농장주인이 예년에 비해 다 피지 못한 배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2025.4.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수산동의 한 배농장에서 농장주인이 예년에 비해 다 피지 못한 배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2025.4.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4월 중순에도 눈과 비를 동반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자 인천지역 배 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낮은 기온에 꽃들이 얼면서 배 수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14일 오후 1시께 찾은 인천 남동구 수산동에서 ‘남동배’를 재배하는 한 농장. 줄기마다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들이 섞여 있었다.

딸과 함께 배 농장을 운영한다는 배상봉(82)씨는 “이미 피어있는 절반 정도의 꽃들은 추운 날씨에 이미 손상됐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며 “올해는 예년 대비 수확량이 50% 안팎에 그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농작물 저온 피해는 따뜻해진 기온으로 꽃이 핀 상황에서 기온이 다시 급락하면 발생한다. 수정을 담당하는 수술과 암술 등 꽃 내부가 얼어 손상되면 결국 착과(과일나무에 열매가 달리는 것)가 어려워진다.

인천지역은 최근 평년보다 저온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4월 1~13일 평균 기온은 9.5℃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 하락했다.

특히 눈발이 날린 12~13일에는 인천 최저기온은 각각 1.2℃, 1.3℃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4월 중 일최저 기온이 3℃ 미만으로 떨어진 건 올해가 유일하다.

배 농가들은 낮은 기온으로 인공수분(꽃가루를 옮기는 작업) 작업 날짜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배씨는 “꽃이 80% 이상은 피어야 인공수분 시기를 정하고 재배 시기를 계획할 수 있는데, 날씨가 계속 오락가락해 걱정”이라고 했다.

앞으로 봄철 이상 저온 현상이 지속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근에서 배 농장을 운영하는 서명찬(63)씨는 “아직 꽃봉오리 상태라고 하더라도 저온 현상이 길어지면 개화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눈이 한 차례라도 더 오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농가 피해가 우려되자 관계기관에서도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인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날씨가 추워 인공수분 시기를 지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4일 정도로 짧은 인공수분 가능 기간에 인력을 최대한 지원하는 등 농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송윤지·정운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