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 등 등록 앱만 수십종
기능 중복 등 통합설치 요구 커져
금융 계열사 ‘원앱전략’ 참고할만

신세계·롯데 등 대형 유통그룹 계열사들이 저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사고 있다. 통합 앱 출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효율성과 기술적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화성시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매번 다른 앱을 찾아야 해서 번거로움을 느끼고 있다. 신세계 그룹 계열만 해도 ‘이마트’, ‘이마트몰’, ‘SSG.COM’,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만 10여 개가 넘는다. 롯데 그룹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 제타’, ‘롯데마트GO’, ‘롯데ON’ 등 이름이 비슷한 앱부터 포인트 적립 전용앱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문제는 기능이 중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마트 앱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전단은 이마트몰 앱에서도 제공되고, ‘이마트페이’는 별도의 간편결제 앱 ‘SSG PAY’와 유사한 기능을 담고 있다. 롯데의 경우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을 나누어 앱을 구분했지만 다양한 채널을 병행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결국 여러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이처럼 소비자 불편이 커지자 ‘통합 앱’ 도입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용인시민 성모씨는 “쿠팡은 앱 하나로 다 되는데 이마트나 롯데는 앱이 너무 많다”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경쟁에서 유리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권은 지난 2022년부터 계열사 기능을 통합한 ‘원앱 전략’을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한금융의 ‘슈퍼쏠(SOL)’, 농협의 ‘NH올원뱅크’ 등은 은행, 카드, 보험, 증권 기능을 하나로 묶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이는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의 빠른 성장에 대응한 전략으로 기존 고객 이탈을 막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통합 앱 출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 앱을 관리하는 계열사 마다 관련 부서가 있고, 이를 합치려는 지주사의 결단이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합 앱의 효율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수많은 계열사 중 하나의 입장에서 먼저 합치자고 말을 꺼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앱마다 소비자 활용처가 달라 통합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어플에 있는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다 보면 앱의 용량이 무거워질 수 있고, 고객 편의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