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잇단 ‘해외도피 범행’
대상 되기 쉬운 ‘거액 현금 보유자’
인터폴 적색수배 불구 검거 미지수
탈세 등 연루땐 돈 회수조차 힘들어
거액의 현금을 빼앗은 뒤 해외 등으로 달아나는 사건이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달 8일 인천 연수구 한 오피스텔에서 중국 국적 남성 4명이 50대 중국인 A씨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 1억5천만원을 빼앗은 뒤 도주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튿날 이들 중 2명을 서울 한 호텔에서 검거했으나, 2명은 이미 중국으로 출국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평소 서로 알고 지내던 사업가인 A씨가 집에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에는 서구 한 상가건물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적의 남성 3명이 가상화폐 거래를 하러 나온 B씨의 현금 2억4천만원을 가로채 달아났다. 가상화폐 거래는 주로 온라인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지만 수수료 절감 등을 위해 개인 간 직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한 후 행적을 쫓았으나 이미 출국해 결국 기소중지(수사중지)를 결정했고, B씨의 현금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 기법 발전과 폐쇄회로(CC)TV 증가 등으로 인해 절도나 강도 사건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계획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범행에 가담했다가 곧바로 출국했다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검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인터폴 수배가 내려져도 출국한 피의자가 또 다른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지 않는 한 검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거액의 현금을 들고 있는 이유가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이라면 범인이 검거되더라도 피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2월 동구 한 길거리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미끼로 유인한 C씨의 현금 10억원을 들고 달아난 일당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4년 등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돈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피해자의 현금 반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타인의 돈을 노리는 범죄는 범행 대상의 재산, 주거지, 신고 가능성 등을 사전에 파악한 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신고를 할 수 없는 불법행위 연루자나 외국인 등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으로 출국하는 피의자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별 공조체계를 늘리거나 강화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