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비합리적 신념 사로잡혀 결정

엘리스, 합리적정서행동치료 주장

상황·신념·정서 ABC 모델 설명

논리적 반박 질문 던져 답을 찾고

더 긍정적 발전적인 사고로 전환

정명규 충남도립대 총장
정명규 충남도립대 총장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하고 이러한 결정은 일종의 행동으로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정의적으로는 책임이 될 수도 있고 감정적으로는 기쁨이나 후회 등이 될 수 있다.

인간은 특정 과정을 거쳐 때로는 합리적으로,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상당히 과학적·객관적이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문제가 있고 정신적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찾아내고 이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든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학자가 있다. 그는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로 합리적정서행동치료(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REBT)를 주창했다. REBT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때로 상당히 비합리적인 신념에 사로 잡혀 부정적인 정서를 낳게 되고 이것이 곧 자신을 병들게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ABC 모델로 살펴보면 우선 A는 사건이나 상황(Activation Event)이다.

예를 들어 옷을 사러갔는데 점원이 “어머 고객님, 옷이 너무나 잘 어울리세요. 워낙 핏이 좋으셔서 어떤 옷이든지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말했다면 이것이 일종의 사건이 된다. 자,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여기서 신념(Belief)이 나온다. 1번 답은 ‘나는 매우 기쁠 것이다. 왜냐하면 점원이 나를 칭찬한 것이기 때문이다’이고, 2번 답은 ‘모든 점원은 가게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절대 칭찬을 들을 사람이 아니다’이다.

어떠한 답을 골랐나. REBT에서 관심이 있는 집단은 2번을 답한 사람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똑같은 상황서 1번과 2번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특히 2번의 경우 비합리적 신념이 강하게 작동해 오해와 왜곡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 특히 ‘모든’, ‘절대’ 같은 단어는 전형적인 비합리적 신념이 언어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러한 단어를 자주 쓰고 있다면 한번쯤 점검이 필요하다. 즉, ‘모든’ 점원들이 다 똑같이 저렇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일부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비합리성을 벗어나야 하며, ‘나는 절대 칭찬을 들을 사람이 아니다’ 라는 신념 또한 ‘나도 종종 칭찬을 듣는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생각을 유연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실제 상담에서 REBT가 시작되면 비합리적 신념을 논박하는 것으로 상당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이 과정은 인지적·정서적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자신이 굳게 믿고 의지하던 생각들을 일단 꺼내고 들여다본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2번과 같이 답할 경우 논박 단계에서는 ‘모든 점원이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혹은 ‘나는 왜 절대 칭찬을 들을 사람이 아닌가요? 어떠한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까’ 같은 논리적으로 비합적인 신념을 반박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이에 대해 답을 찾는 과정서 자신이 얼마나 주관적이며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식으로의 사고 전환이 이루어지며 이에 따라 편안한 감정을 갖게 된다.

REBT를 처음 접하게 되면 생소할 수 있으나 이를 일상 속에 대입해 볼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을 괴롭히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결국 나의 한낱 ‘해석’에 불가하다는 것을 깨닫고 진정 자유로운 삶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뇌 속에서 자동적으로 그리고 ‘마치 진짜’ 그런 것처럼 ‘그럴 듯하게 꾸며져서’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비합리적인 신념을 갖고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이 적어도 우리를 힘들게는 하지 않도록만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도 여러분 마음이 평온하기를 바라고, 합리적 인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정명규 충남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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