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

단원고 4·16 기억교실은 가슴 먹먹

16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합창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기억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김경수·김동연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참석했다. 2025.4.1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6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합창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기억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김경수·김동연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참석했다. 2025.4.1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시간이 흐른 지금 그대들이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도 궁금하다.”(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11년이 흐른 지금 한국사회는 더 안전해졌을까.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모인 이들은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섰다.

이날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은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304명의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해 4시16분 1분 동안 울린 사이렌으로 끝났다.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29)씨는 기억식에서 희생자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장씨는 “그대들과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태원과 제주항공 참사를 보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아닌가 자책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를 떠올린다는 건 단순히 그날의 아픔이 아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세월호참사 11주기인 16일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4.16기억교실에서 평택시 포승중학교 학생들이 교실에 놓인 기록물을 살펴보고 있다.2025.4.16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세월호참사 11주기인 16일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4.16기억교실에서 평택시 포승중학교 학생들이 교실에 놓인 기록물을 살펴보고 있다.2025.4.16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추모식에 앞서 찾은 단원고4·16기억교실은 11년 전 멈춰버린 현장 그대로였다. 이날 단원고 2학년1반 (故)한고운양의 엄마 윤명순씨는 지난 2014년 4월15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이후 멈춰버린 교실 풍경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6반과 10반은 사물함이 (피해)학생들 이름이 아니에요. 수학여행 다녀와서 이름을 바꾸려고 하다보니, 2013년에 교실을 사용했던 아이들의 이름이 남아있어요.”, “영어듣기평가·지필평가…, 교무실에 걸린 4월중 행사를 적어놓은 일정표엔 수학여행 이후 예정됐던 일정들이 적혀있어요.” 학생들은 윤씨가 가리키는 기록물들로 시선을 옮겨가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세월호참사 11주기인 16일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4.16기억교실 내 2학년교무실에 비치된 ‘4월중행사’ 일정표에 수학여행 이후로 계획됐던 영어듣기평가 등의 일정이 적혀있다. 2025.4.16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세월호참사 11주기인 16일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4.16기억교실 내 2학년교무실에 비치된 ‘4월중행사’ 일정표에 수학여행 이후로 계획됐던 영어듣기평가 등의 일정이 적혀있다. 2025.4.16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평택 포승중은 지난해부터 4·16기억교실 방문을 체험학습으로 정례화했다. 방효업 포승중 교감은 “체험학습은 이론적으로 배우는 안전교육을 넘어 실제로 경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기회”라며 “학생들이 기억교실에 다녀오면 행동이 차분해지고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은 앞서 2021년 제14호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고시됐다. 이어 2023년에는 희생자·생존자·단원고 등의 세부 기록물들이 14-1호로 포함됐다. 기록물에는 인양된 세월호에서 나온 유류품과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했던 활동 기록물, 유가족들의 구술증언록 등이 담겼다.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제포럼을 여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11주기인 16일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4.16기억교실에서 2학년1반 (故)한고운양의 엄마 윤명순씨가 포승중학교 학생들에게 기록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2025.4.16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세월호참사 11주기인 16일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4.16기억교실에서 2학년1반 (故)한고운양의 엄마 윤명순씨가 포승중학교 학생들에게 기록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2025.4.16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양옥자(단원고 2학년7반 고(故)허재강군 엄마)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단원고 교실을 옮길 당시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사물함 속 모래를 치우고 분리수거통을 닦아내 가며 기록물을 보전했다”며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기록물의 국가지정을 넘어 세계 유네스코 등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4·6면

/목은수·이영지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