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레이스 첫날 “윤보명퇴” 강조
젊은 보수·중도 표심 겨냥 의도
캠프측 “반성없인 새역사 없어”

대권 행보를 펴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 첫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완벽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그동안 탄핵 현안에서만큼은 지나치게 조심한다는 이미지가 컸는데, 이를 지우고 젊은 보수와 중도층 표심까지 겨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시장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기 대통령 선거의 본질은 ‘윤’석열을 ‘보’내고 이재‘명’을 ‘퇴’출시키는, 이른바 ‘윤보명퇴’로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에는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처음으로 윤 전 대통령 탈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6일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는데, 그해 12월12일에는 다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철회한다”고 적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후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유 시장이 ‘윤보명퇴’ 발언을 하기까지는 큰 결단이 있었다는 게 캠프 관계자 설명이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이전까지는 정치인보다는 인천시장이자 행정가로서 신중히 발언하는 경우도 분명 있었지만, 이제는 조기 대선에 출마한 당 경선 주자로서 적극적으로 당을 위한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 시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내려진 지 12일이 지났지만, 우리 당은 여전히 ‘윤 어게인’이라는 말로 과거에 머물러 있다. 중도층을 외면한 채 광장의 인기나 윤심에 기대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윤보명퇴’야말로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한민국을 살릴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1차 경선 통과를 위한 행보로 보는 이들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선 후보 1차 경선 진출자로 유 시장 등 8명을 확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100%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오는 22일 2차 경선 진출자 4명을 가려낼 예정이다. 중도층 표심은 물론 인지도 상승이 절실한 시점이다.
유정복 캠프 관계자는 “그동안 당에서 여러 상황이 겹쳐 입장을 내지 않았을 뿐, 유 시장이 계속 생각은 하고 있던 부분이다. 반성 없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힘들 듯 보수의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유 시장 판단”이라며 “분명 일부 반발도 있겠지만,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