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절망·우울 등 참작 사유로

범행 사전계획에도 적은 형량 받아

“가족 살해는 가중처벌 사유돼야”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 A씨가 15일 경기도 용인서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가족 5명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4.15 /연합뉴스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 A씨가 15일 경기도 용인서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가족 5명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4.15 /연합뉴스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건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한국 사법체계가 ‘가장의 살인’ 행위에 너그러운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피의자가 가족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처벌불원이나 극단적 판단을 할 정도로 가정의 형편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심리 상태 판단이 양형에 지나치게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는 것이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가족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 피의자에 대해 징역 8년 이하의 약한 처벌이 내려졌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사업 실패를 비관해 자녀 1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자녀 2명을 살해하려 한 부부에게 지난 2019년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수면제를 사전에 처방받아 자녀들에게 먹인 뒤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수면제 처방은 살해행위를 준비했다는 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 잘못된 인식이며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질타했지만 “경제적 절망감과 우울감, 깊은 반성, 자발적 119 신고 등의 정황을 고려한다”며 감형 사유를 판시했다.

피고인들의 법정 형량 범위는 징역 2년 6개월~30년이었으나, 모두 이중 낮은 수준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한부모 여성 가장이 채무 변제 등 경제적 이유로 자녀 한 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한 명은 살인 미수에 그친 사건에 대해 지난 2016년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고, 자수와 반성,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서 가장의 경제적 상황과 심리 상태가 반복적으로 참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용인시에서 50대 A씨가 부모·배우자·자녀 등 가족 5명을 살해한 사건 역시 앞선 판례들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어 향후 사법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A씨 범행에서도 계획성이 엿보인다는 점은 향후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신민영 형법전문 변호사는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사건은 오히려 가중 처벌을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만약 수면제를 먹인 뒤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살해했다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공격당한 것과 다름없다. 가장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죄를 감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참작하는 분위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