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이 17일 문재인 정부가 정권 내내 주택 분야 등 주요 국가 통계를 왜곡했다는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통계법은 작성 중인 통계나 작성된 통계의 공표 전 외부 제공 및 누설을 금지한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원에 주택가격 변동률 하향 조정과 부동산 대책 효과를 증명할 통계 왜곡을 총 102차례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마주한 주택 등 부동산 가격 폭등 사태를 잡기 위해 30여 차례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부었지만 시장의 역풍에 밀려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 통계만은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체감지수는 물론 민간 통계와 엇나가는 정부 통계는 조롱거리가 됐고, 조작·왜곡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 발표로 드러난 조작·왜곡 행태는 부실기업의 장부 조작과 흡사하다. 국토부장관이 2018년 9·13 대책의 효과를 채근하자 부동산원은 집값 변동률을 마이너스로 세탁해 발표했다고 한다.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직후엔 전세가격 변동률까지 조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처음엔 반발하고 저항했지만 국토부는 인사와 예산으로 압박해 관철했다. “얘들아 국토부에서 낮추란다. 낮추자”라는 부동산원 단체 카톡방 대화는 처참하다. 청와대 행정관들은 ‘마사지’라는 은어로 통계조작을 공공연히 모의한 증거를 남겼다.
한국부동산원은 2021년 8월 비로소 민간기관 통계와 비슷한 월별 주택가격 동향을 발표했다. 통계 조작 의혹 해소를 위해 표본 수를 확대한 결과라고 했다. 당시 경인일보는 ‘통계 바로잡으니 드러나는 부동산 정책 실체’라는 제하의 사설을 게재했다.(2021년 8월 18일자) 하지만 지금와서 보니 표본 설계에는 이상이 없었다. 정권의 임기가 다해가고 시장의 의심이 깊어지자 표본 재설계라는 그럴듯한 알리바이로 정권 내내 벌어진 조작행위를 감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2023년 감사원의 감사 중간 결과에서 어느 정도 전모가 드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기소로 재판이 열리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11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들은 통계조작 지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된 듯싶다. 조작된 통계로 국민을 배신한 행위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 여부를 지켜 볼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