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문화유산 등 복원 점안식
작년 화재로 ‘현왕탱화’는 소실

지난해 인천시 문화유산 ‘현왕탱화’(현왕도)가 소실되는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 중구 능인사가 새 단장을 마쳤다. 당시 훼손된 또 다른 문화유산 ‘신중탱화’(신중도)는 복원 작업을 거친 뒤 공개됐다.
17일 오전 10시께 대한불교조계종 능인사. 법당 내부는 8개월여 전 화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벽면과 나무 기둥에는 색색의 단청 무늬가 그려져 있고, 천장은 금빛 연꽃봉오리 모양 장식이 달려 있었다. 위패들을 모셔놓은 영단도 새로 마련됐다.
이날 능인사의 새 단장을 알리는 점안식이 열렸다. 신도 등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주지 화현스님이 법당 내 불상에 눈동자를 붓으로 찍었다. 점안식은 불교에서 불상, 법화 등을 만들거나 개수했을 때 벌이는 종교의식이다.
지난해 8월12일 능인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법당에 있던 인천시 ‘문화유산자료’ 현왕탱화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탔고, 인천시 ‘유형문화유산’인 신중탱화는 검게 그을렸다.
능인사 측은 인천시의 긴급복구기금을 지원받아 3개월여간 신중탱화 복원 작업을 벌여 이날 공개했다. 1922년 제작된 세로 108.5㎝, 가로 110㎝ 크기의 신중탱화는 붉은색채 일부가 복원됐지만, 불에 그을린 자국은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복원을 하지 못한 현왕탱화는 결국 지난달 인천시 문화유산자료에서 해제됐다. 대표적인 근대 불교 화승인 석성스님과 화경스님이 1932년 제작한 현왕탱화는 2009년 인천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었다.
능인사 측은 법당을 복원하면서 분말소화기를 추가 배치하고,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화현스님은 “목조 건물의 특성을 고려해 스프링클러나 불꽃 감지기 등은 설치하지 못했다”며 현왕탱화를 복원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인천시는 올해 초 10개 군·구에 문화유산 금연구역 지정을 요청하는 등 화재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화군은 국가지정 문화유산 5곳과 인천시 지정 문화유산 31곳 등 전체 문화유산 보호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인천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탱화만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능인사에는 방재시설 설치를 지원하지 못했다”면서도 “안전관리 인력 배치 등 문화유산 화재 예방 사업을 군·구가 신청할 수 있도록 내년도 본예산 수립 전에 알리겠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