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망울에… 사람만 담았네, 사랑을 닮았네
반려시대 명칭 무색한 보호시설 입양률 12.2%
화성 번식장·영남 대형산불 등 곳곳서 구조돼
250여마리 자신만의 반려인 만나길 기다리는중

사람에게 상처받았지만… 그래도 사람이 그리워요.

반려인구 1천500만 시대란 이름에 걸맞게 요즘 주변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24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을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받았다. 응답자 가운데 반려동물을 동물보호시설에서 입양했다고 답한 비율은 12.2%로 ‘펫숍에서 구입함’(26.2%)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경기도가 조성한 ‘반려마루’는 여주에 위치한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으로, 현재 강아지 250여 마리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보호동에 들어가자, 강아지들은 연신 꼬리를 흔들며 짖어댔다. 지난 2023년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이다. 당시 구조된 687마리 중 대부분이 새 주인을 찾았지만 80여 마리는 아직 입양되지 못했다. 카메라에 잡힌 강아지들의 표정은 ‘날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영남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 피해 주택에서 구조된 강아지들도 있다. 경기도는 최근 이들 재해 동물 60여마리를 반려마루로 이송했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돼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옮겨 온 강아지들은 화재로 인해 털이 까맣게 타거나 심각한 화상을 입는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의성에서 구조된 믹스견 ‘하루’는 등 쪽의 털이 그을려 피부가 드러나 있다. 특히 다리 화상이 심각해 하루에 한 번 드레싱 처치를 받아야 한다. 수의사가 상처 소독을 시작하자 하루는 ‘낑낑’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 했다.
대형 산불로 인해 영남지역에는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임시 대피소에 주인과 함께 들어갈 수 없다. 현행법은 구호 대상을 사람으로만 한정하기 때문이다.


국정희 반려마루1팀장은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동물들 일부는 주인이 어쩔 수 없이 두고 간 동물들이라며 “실제로 이재민들이 두고 간 반려동물의 소재를 뒤늦게 수소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려마루에 이송된 강아지들이 대부분 사람을 잘 따르고 온순한 것으로 보아 집에서 키우던 개체로 추정된다고 수의사인 구경녀 주무관은 밝혔다.

매년 수많은 반려동물이 시설에 보호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작년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돼 보호 중인 동물들은 총 11만3천72마리다. 키우던 주인이 유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이나 재난 현장에서 구조돼 보호되는 동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모두 사람에 의해 상처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있다.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보호 동물들은 오늘도 하염없이 새 주인을 만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