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명예대회장 배우 전무송
“연극은 인간”… 인간과 세상 보는 창(窓)
“세계적 도시 인천서 국제연극제 추진했으면”

“연극은 사실 우리 인간이야.”
18일 오후 2시 인천 미추홀구 수봉문화회관에 꾸려진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집행위원회 사무국에서 만난 한국 연극계의 원로 전무송(84) 배우가 한 말입니다.
1941년 인천 태생의 전무송 선생은 오는 7월 5일부터 27일까지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명예대회장을 맡았습니다. 인천에서 17년 만에 개최되는 인천 연극계의 큰 행사에서 전무송 선생은 그 존재만으로 든든한 대들보가 돼 주고 있습니다.
이날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인터뷰 자리였는데요. 뜻하지 않게 연극 무대에 선 지 60년이 넘는 대배우의 ‘연극론’을 들었습니다. 함께 자리한 인천의 굵직한 연극인들도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홍보라는 이날 인터뷰 목적은 잠시 잊고 ‘전무송의 연극론’에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전무송 선생은 미리 준비된 질문지를 잠시 덮고 왜 ‘연극은 인간’인지 설명했습니다.
“연극이란 게 우리 인간들 삶의 희로애락을 다루는 작업이라고. 그래서 가장 기초적인 것이며, 가장 근본적인 것이며,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연극을 알면 이 세상이 어떻게 해서 이뤄졌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다 알게 된다고 나는 생각해요.
연극을 알게 되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빨리 이해할 수가 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빨리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힘을 갖고 있어요.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 하면 바르게 보고, 바르게 듣고, 바르게 느끼고, 바르게 생각하는 것, 바르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게 연극의 기본이에요. 우리가 연극을 등한해서 안 되고,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무송 선생에게 연극은 인간과 세상을 보는 창이자 삶 그 자체라는 의미로 받아들졌습니다. 산수(傘壽)를 훌쩍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흡입력 있는 목소리입니다. 연극 무대를 보는 듯 했습니다.
올해 대한민국연극제를 준비하는 연극계 후배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전무송 선생의 답변입니다.
“아프고 힘들고 어렵지만 참아라. 그리고 꼭 해라. 포기하지 말아라.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행해라. 그 얘기밖에 할 게 없어요. 우리 애들도 연극을 하는데(딸과 아들, 사위와 며느리 모두 연극인), ‘스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 생각을 하려면 연극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가짜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바르게 사는 그 자세를 찾는 거거든. 바르게 사는 자세를 찾는 것은 화려한 게 아니거든. 있는 그대로를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게 연극이에요. 인간을 공부하고, 사회를 공부하고, 우리의 우주 삼라만상의 법칙을 생각해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이 일이기 때문에 그런 자세가 돼야 하는 거죠. 힘든 것도 참아야 되고, 어려운 것도 극복할 수 있어야 돼요.”
실제로 전무송 선생은 그렇게 연극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는 1961년 드라마센터(현 서울예술대학) 1기 출신입니다. 이날 선생이 펼쳐 놓은 64년 배우 인생의 일화들에는 고된 연극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유치진(1905~1974) 선생 등 배우 전무송과 동시대에 활동한 연극계 기라성들이 등장합니다.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명예대회장을 흔쾌히 맡은 건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후배들이 그동안 그 어려운 환경에서 조금씩 조금씩 애써가면서, 또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랑 싸움을 하면서 대한민국연극제를 유치했다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그렇게 만들어 놨는데, 대선배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후배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돕는 겁니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문(門)이고,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세계에서 인천 모르는 나라가 없어요. 바다가 있고 많은 관광 요소도 있어요. ‘거창국제연극제’ 같은 국제적인 연극제를 인천에서 추진했으면 좋겠어요. 공연장도 만들었으면 하고요. 연극은 기초예술인 동시에 올바른 삶의 기본을 내재하고 있어요. 많은 시민들이 연극을 봤으면 합니다.”

전무송 선생은 딸 전현아 배우와 함께 연극 ‘더 파더’를 공연하고 있습니다. 서울 장기 공연을 마치고 현재 전국 투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월엔 제주 공연, 6월엔 인천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명예대회장으로서 물심양면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과 역할을 물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관객에게 보여질 때 ‘이중적이다’라는 생각이 들기 보단 ‘사람은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고 싶어요. 사람 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주고 싶어요.”
평생 몸담은 연극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인터뷰였습니다. 다시 한 번,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은 오는 7월 5일부터 27일까지 인천 전역에서 열립니다. 전무송 선생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축제 기간 만큼은 연극 많이 보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관련 기사와 함께 하나의 기사를 더 붙이겠습니다. 경인일보의 대표 기획 시리즈 ‘아임 프롬 인천’에서 지난해 11월 만난 전무송 선생의 딸, 전현아 배우의 이야기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