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발표에 인천 항만업계 반발

해양산업 부산 일극주의 가속 비판

수도권 해양물류 체계 효율성 약화

정책 수립과정 다른 항만 소외 지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인천 항만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신항. /경인일보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인천 항만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신항. /경인일보DB

인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인천 항만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해수부가 이전하면 부산 중심의 항만산업 일극주의(一極主義)가 더욱 가속화해 인천 항만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SNS를 통해 “대한민국의 해양강국 도약과 현장 중심 정책 집행을 위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며 “이를 통해 조선, 물류, 북극항로 개척 등 첨단 해양산업 정책의 집행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해운·물류 관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해사전문법원을 신설해 해양강국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겠다”고 했다. 국내외 해운·물류 대기업 본사와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해 해양 클러스터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인천 항만업계는 부산항을 제외한 다른 항만은 무시하는 공약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인천항발전협의회 등 16개 항만 관련 단체는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인천항의 역할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간과하고 일방적으로 해양수산 정책의 중심축을 부산으로 옮긴다면 수도권 해양물류 체계의 효율성과 정책 대응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해양대학교와 국립해양조사원 등 많은 해양기관이 이미 부산에 몰려 있다”며 “해수부 이전 공약은 부산을 제외한 전국 항만과 수산업을 정책 소외 대상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해수부와 전국 항만 간 접근성이 떨어지면 물류 현안 대응과 정책 조율에 한계가 나타날 것”이라며 “지방분권 취지에 맞게 균형 있는 분산과 상생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해양정책 수립 과정에서 인천이 소외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항을 사랑하는 800인의 모임’ 양창훈 회장은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뿐 아니라 유치를 추진 중인 해사법원 등 해양정책과 관련된 여러 기관이 부산으로 집중될 것”이라며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인천항이 소외되는 일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예선업협동조합 김일동 이사장은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인천항을 비롯한 다른 항만은 홀대하겠다고 선언한 공약”이라며 “중앙 부처는 각 항만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부산에 편중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1883년 개항한 인천항은 대(對)중국 교역과 수도권 지역 수출입 물동량 처리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량은 부산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으며, 지난해에는 35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면서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