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탄·연무동 등 잇단 시민 제보

지난 2017년 수원 황구지천 농심교 인근에 설치된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된 수달. 수원환경운동센터는 무인카메라를 통해 도심 인근 황구지천의 수달 서식 실태를 관찰해왔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제공
지난 2017년 수원 황구지천 농심교 인근에 설치된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된 수달. 수원환경운동센터는 무인카메라를 통해 도심 인근 황구지천의 수달 서식 실태를 관찰해왔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제공

지난 20일 저녁 9시40분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맞은편 원천2교 인근 하천을 걷던 김모(26)씨는 물가 풀숲에서 움직이는 야생동물을 보고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어두컴컴한 밤, 순간적으로 포착된 모습은 짙은 갈색 털에 둥근 얼굴과 유연한 몸통을 지녔다. 형체가 선명하진 않았지만, 김씨는 “수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수원 연무동 수원천 상류에서도 수달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봤다는 시민들의 제보도 잇따랐다. 불과 30분 사이, 서로 다른 하천에서 유사한 목격담이 나온 셈이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생물다양성을 조절하고 수질 회복을 가늠하는 ‘하천 생태계의 지표종’이다. 납작한 얼굴과 짧고 굵은 다리, 통통한 꼬리, 물갈퀴 달린 발 등 뚜렷한 특징이 있지만 사진이 흐릿하거나 환경이 어두운 경우 쉽게 식별되지 않는다. 실제 수원 황구지천에서는 수달이 서식하고 번식하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는 2020년부터 농심교 인근에 무인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모니터링을 이어왔고, 같은 해 7월에는 생후 3개월로 추정되는 아기 수달과 성체 한 쌍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다만, 지난 주말 수원 곳곳에서 목격된 생명체가 실제 수달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황구지천 일대가 벚꽃 명소로 알려지며 인파가 몰리고, 대형 카페 등 상업시설이 들어선 상황에서 수달이 기존 서식지를 떠나 이동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수달은 위협을 느끼면 자취를 감추는 민감한 동물이다. 수달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땐 무분별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해 배설물이나 발자국 등 생물학적 흔적부터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