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경제 방향 잃던 시기
미국의 세계 정치변화 중요 변수
對中 정책·전략, 위기·기회 작용
대한민국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해
‘우일신’의 정신·태도·행동 필요

트럼프 2.0 시대에 들어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 개편이 더욱 본격화되었다. 과거 관세, 무역, 환율에 집중하던 미국의 세계 전략은 이를 포함하여 유통망과 인터넷 플랫폼 장악, 과학·군사 기술 통제, 지식과 인재 관리 등 전방위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 ‘코로나 팬데믹의 출발점이 중국’이란 말이 다시 나오고 있다. 팬데믹 시기 미국과 중국 전문가가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데 있어 코로나19의 원인 제공과 국제 사회에 미친 악영향으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이러한 가정은 미국만 아니라 다른 국제 사회도 중국의 잘못으로 인해 배상을 받을 수 있어 동참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대로 중국 시진핑은 ‘중국의 방역 성공’을 국내외적으로 활용해 왔다. 방역 장비와 백신을 공급하며 국내 및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방역 성공을 ‘보건 실크로드’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의 연임 실패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며 중국의 선거 개입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간단히 말해, 트럼프에게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중요한 지역이지만 국제 경쟁에서 협력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시진핑은 14억명 인구의 건국된 지 76년(1949년 10월1일 건국)된 거대 중국의 지도자다. 그는 국가의 발전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과 연결하며 강한 통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14억명이 경험하는 현실은 강력한 정부 통제와 악화되는 경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 외교’를 강조하는 시진핑은 관계가 복잡한 베트남과 서구와 관계가 좋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트럼프가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 강대국과 교류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이라는 대국이 자신들이 ‘작은 국가’라고 표현하는 국가들을 방문한 셈이다. 사실 시진핑의 대외 외교와 경제 정책은 국내 정치와 직결되며 그가 주장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민족주의적 강대국 정책’과 연관돼 있다. 중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대만 문제에서 시진핑은 통일을 목적으로 ‘중화민족의 대업’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트럼프 시기 대만은 미국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트럼프 정부는 대만 해협의 안보를 더욱 강화한 상태다. 미국은 1776년 7월4일 독립을 선포하여 건국된 지 249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초강대국으로 1·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끌며 전 세계 정치, 경제 및 지역 분쟁에 개입하면서도 자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도전하는 국가들은 미국을 ‘세계의 경찰’ 혹은 ‘강한 힘으로 남을 억누르는 패권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은 지정·지경학적 그리고 역사·문화적 유대를 바탕으로 ‘형제의 나라’라는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반목과 협력을 반복해 왔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며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가 경제·문화적으로 중국과 교류하지만 북한 문제, 한·미 동맹 및 국제 협력에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최근 미·중 대립을 올림픽 경기의 같은 급 선수로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최강국으로 군사, 정부, 과학기술, 안보, 인재, 자본 그리고 국제 영향력에서 중국과 같은 급이 아니다. 물론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국제 사회에서도 미국에 반감을 가진 국가와 지역이 존재하지만 ‘황금은 때가 껴도 황금’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의 지위는 여전히 강력하다. 대한민국에게 있어 미·중 경쟁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내 정치가 혼란을 겪으며 정책과 경제의 방향을 잃었던 시기에 국제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미국의 세계 정치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 지정·지경학적으로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과 전략은 대한민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트럼프의 대북 문제와 중국 문제, 그리고 역내 정치는 한국 정부가 세계 정세를 분석하여 역내 안전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일신(又一新)’의 정신과 태도, 그리고 행동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대만 중앙연구원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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