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양주~고양 30㎞구간 6개역 운행

디젤기관차 노란색·진동 등 ‘레트로 감성’

창밖 고즈넉 풍경 시골 간이역 여유 만끽

BTS ‘봄날’ 뮤비 배경, 장흥문화예술특구

맛집·카페 등 역 주변 여행객 발길 이끌어

지난 1월11일 교외선이 재개통됐다. 노란색, 갈색, 초록색으로 디자인된 무궁화호 디젤기관차가 레트로한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지난 1월11일 교외선이 재개통됐다. 노란색, 갈색, 초록색으로 디자인된 무궁화호 디젤기관차가 레트로한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땅땅땅땅….”

묵직한 엔진음과 함께 경고음을 울리며 열차가 고양 대곡역으로 들어왔다. 대합장에 부모님과 함께 있던 꼬마가 연신 “칙칙폭폭 열차야”하고 외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옅은 미소를 지었고 또다른 이들은 세월이 묻어 있는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수도권 북부 외곽지역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21년만에 재개통된 ‘교외선’ 이야기다. 무궁화호 디젤기관차 등 5량 3편성(객차 2량)으로 구성된 열차는 의정부~양주~고양 30㎞ 구간(50분가량 소요)을 운행하며 대곡·원릉·일영·장흥·송추·의정부역 등 6개 역에 정차한다.

지난 1월11일 다시 달리기 시작한 교외선이 어느새 100일을 맞았다.

과거 교외선을 타고 장흥, 송추 등으로 엠티(MT)를 다녔던 중장년 세대에게는 추억의 열차였고, 디젤 기관차가 낯선 젊은 세대와 아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면서 추억을 너머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수단이 되고 있다.

21년만에 지난 1월11일부터 재개통된 교외선 대곡역사.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21년만에 지난 1월11일부터 재개통된 교외선 대곡역사.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노란색·갈색·초록색으로 디자인된 열차는 덜컹거리는 소음·진동과 함께 디젤기관차 특유의 레트로한 감성을 자아내고, 열차 창밖 산·들판 등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한적한 시골 간이역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진다. BTS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일영역,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와 연결되는 장흥역, 의정부음악도서관과 가까운 의정부역, 오래된 맛집·카페가 즐비한 송추역 등은 친구와 가족·연인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가족과 함께 교외선을 타고 양주로 향하던 강지영(39)씨는 “철길 건널목마다 역무원 분들이 직접 통제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새로웠다”며 “아파트 단지를 지나 시골길로 들어서는 창밖 풍경은 여행하는 기분을 더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이제한(57)씨도 “천천히 달리는 로컬 열차 느낌이어서 풍경을 눈에 더 담을 수 있었다”며 “요즘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모처럼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교외선 탑승 소감을 밝혔다.

교외선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교외선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이달부터 교외선의 운행 횟수는 하루 8회에서 20회로 늘었다. 경기도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교외선 이용객은 모두 2만1천380명으로 하루 평균 486명이 탑승했으며, 운행 확대 후 주말 낮 이용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외선이 빠르게 흐르는 도심을 벗어나 ‘다른 시간’을 달리는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