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류 부족에 동시다발 손상 ‘쇼크’

尹 계엄·美 관세 여파로 최악 상황

‘40일 국정 공백’ 위기 대처 힘든데

아직도 시대착오적 이념 대립 반복

갈등 유발 원인과 과감히 이별할때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 교수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 교수

지난 143일은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었다. 작년 12월3일 밤 예상치 못한 전직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지난 4월3일 새벽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선언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안겼다. 국내 정치와 통상환경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고점 대비 각각 14%, 19% 급락하고 대미 환율이 2009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기도 하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국회 청문회에서 “계엄으로 한국 경제에 상당한 데미지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계엄 탓에 환율 상승 효과만 30원이 된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최근 JP모건 등 해외 투자회사들은 미국 관세 폭탄 등을 반영하여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하였으며, 지난 17일 한국은행은 “1분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장기화로 기업체 수의 97%와 종사자 수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주변 소상공인의 폐업은 급증하고 있다. 요약컨대 안 그래도 밑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내수는 윤석열 쇼크로 넉 다운되었고, 한국 경제의 핵심 엔진인 수출이 트럼프 쇼크로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단기간에 윤석열·트럼프 쇼크를 연이어 맞이한 한국 경제가 6월3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약 40일간 국정 공백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의학에서 쇼크(shock)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체내 기관들에 공급되는 적정 혈류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한 주요 장기들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생명이 위험해진다. 국소 조직에서만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허혈과 다르게 쇼크는 심혈관계 전체에 발생한 여러 문제로 인해 다양한 조직들에서 동시에 손상을 일으킨다. 따라서 연이은 쇼크로 인한 경제적 피로 누적 상태인 한국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그리고 서민에 대한 원활한 정책적 지원이 당분간 없다면 아마도 새로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개시하기 전에 그로기 상태인 경제문제부터 한동안 몰두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날로 격화하면서 그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은 바빠지고 있다.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 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무역 감소와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부양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법인세의 납부 유예와 실업자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의 조치에 나섰고 국책은행에 관세 영향을 받는 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를 지시했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경우 무엇보다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역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대규모 추경은 새로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바로 추진해야 한다.

히스테리시스(hysteresis)는 물질의 과거 상태가 현재 상태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하며 이력현상이라고도 부른다. 즉, 물질이 거쳐 온 과거가 현재 상태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어떤 물리량이 그때의 물리적 조건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이전에 그 물질이 지나쳐 온 과정에 의존하는 특성을 말한다. 지난 5개월간 극한 긴장까지 몰렸던 계엄 쇼크의 여파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수십 년 전의 시대착오적 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과거 이념적 대립을 재생산하는 주장들을 반복하고 뜬금없이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흔들며 사회적 긴장을 야기하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며 극단적 편 가르기를 하는 움직임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가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국익에 도움 되지 않고 사회적 갈등만을 유발하는 요인들과 과감히 이별해야 한다. 최근 우리가 겪은 극한 갈등의 상처는 깊겠지만, 현 국내외 정세를 고려하면 이제 좌우를 봉합하고 협력하여 한동안 앞을 향해 나아갈 중요한 시기이다.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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