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분유, 수입보다 감소세 뚜렷

유모차 중고거래 외국브랜드 주류

 

건강기능식품 동남아 수출 눈돌려

기저귀 고품질 프리미엄 전략도

저출생과 해외 브랜드 선호 현상 강화로 국내 유아용품 업계가 내수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등 해외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유럽 브랜드의 벽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6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남양주 시민 이모(32)씨는 최근 수입 유아용품의 신봉자가 됐다. 몇 주 전 모유 수유에서 분유로 전환한 이후 아이가 잦은 소화불량을 겪자 이씨는 단순한 적응 문제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의 권유에 유명 수입 분유로 바꾼 뒤부터 아이의 소화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수입 유아용품은 별다른 광고가 없음에도 양육 가구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국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국내 분유 소매점 매출 추이는 국산과 수입 모두 감소세지만 양상은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국내 분유 시장의 총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06% 감소했지만 국산 분유는 25% 감소한 데 반해 수입 분유는 14% 감소에 그쳤다.

최근 3개년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추이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2022년 총 매출액 366억원 중 국산 분유는 73%(269억원)에 달했지만 2023년엔 301억원 중 72%(217억원), 지난해엔 234억원 중 69%(163억원)로 나타났다.

실제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살펴보면 분유 제품은 압타밀(독일), 홀레(독일), 노발락(프랑스) 등 수입 브랜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유모차 역시 맥클라렌(영국), 베이비젠(프랑스), 부가부(네덜란드) 등 외국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저출생 현상에 외국 제품 선호까지 더해지며 입지가 줄어든 국내 유아용품 업계는 저마다 활로 찾기에 나섰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업계는 상품 다각화 전략을 선택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분유 의존도를 낮추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해 단백질 셰이크 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에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수출 확대 전략도 추진 중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가 유럽산 분유를 선호하듯 동남아시아 소비자들도 한국산 분유를 고급 제품으로 인식해 인기가 높다”며 “국내 유업계는 원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만큼 다양한 판로를 개척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아용 기저귀 제조 업계 역시 친환경을 내세우며 소비자 맞춤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AI 등을 활용해 아이의 체온, 체형 등에 맞는 기저귀를 추천하고 있다”며 “내수 시장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국내 생산량의 8~10%는 고품질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